영화 '푸른노을' 스틸
영화 '푸른노을' 스틸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세 배우의 생각하는 연기와 늙음의 기초에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에는 이러한 문장이 등장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삶에 있어 젊음과 늙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단순한 세상의 이치를 담은 문장이지만 이 문장은 어느 순간부터 노년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젊음을 지향하고 늙음을 지양하면서 늙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과거의 추억을 가지게 된다. 삶은 그렇게 추억으로 쌓여져 간다. 영화 ‘푸른노을’ 역시 그렇게 쌓여진 추억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세 배우가 존재한다. 배우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이 바로 그들이다. 오랜 세월 연기자의 길을 걸어오며 살아온 세 배우 속에 쌓여진 연기와 추억,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은 이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대와 함께 했던 세 명의 명배우. 이들이 함께 만난 영화 ‘푸른노을’은 그렇기에 그들의 연기호흡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을 들게 만든다. 박인환은 그런 만남에 대해 “다들 경력들이 있으니깐 (현장에서) 눈빛만 봐도 (어떤 연기를 할 지) 알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인환은 자신만의 연기지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번 영화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 '푸른노을' 스틸
영화 '푸른노을' 스틸

“저는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한다. 연기는 혼자 하려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다. (이번 현장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아니깐 그 과정에서 거치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모두 상대방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눈을 보고 얘기하면서 호흡이 잘된 것 같다.”

이에 오미희는 “박인환 선생님이 대선배님이시다보니 연기를 할 때면 선생님 분위기에 압도된다”며 “사람을 끌어들이시는 엄청난 힘이 있으시다. 압도당하고 있다보면 연기가 끝나있더라”고 말하기도. 덧붙여 남경읍 역시 “선생님께서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지 긴 장면을 리드를 잘 해주셨다. 영화는 연극처럼 긴 시간동안 연습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할 수 있었지만 거의 NG없이 촬영을 했다. 선생님께서 잘 리드해주신 부분이 있었다. 정말 한 마디로 말해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인환은 이어서 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라고 강조했다. “개성 강한 연기자 중에서는 연기를 자기중심적으로 하려는 사람도 있다.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짜증내고 시비 걸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연기라는 게 한 명만의 스타일이 아니다. 모두가 편안해야 되는 거다. 상대방에 대해 신경 쓰고 서로 자연스러워야지 좋은 연기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촬영장은 모두가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

영화 '푸른노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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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극이 얘기하고자 하는 황혼에 대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세 배우들에게 있어 황혼과 늙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경읍은 이에 대해 “어차피 인간은 왔다가 가는 건데 그거를 빨리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황혼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경읍은 “이때까지 뿌려왔던 시간, 노력, 경비 이런 것들을 욕심내지 않고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면서 사는 게 멋진 황혼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바다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고 릴렉스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박인환은 그런 남경읍의 말에 이어 “저는 사실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얘기했다.

박인환은 “마음은 언제나 젊음과 똑같다. 나이에 대해서 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항상 똑같이 생활한다”며 “물론 나이가 들면서 양보하게 되는 부분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인환은 “젊었을 적에는 치열하게 살았었는데 나이가 드니 어떤 거에 부딪히는 것 없이 양보를 하게 됐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인환은 연기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족함을 느낀다”고. 박인환은 “항상 내 연기를 보면 못마땅하다. 연기를 보면 저때 저렇게 할 걸. 저거는 너무 오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여전히 연기에 있어서는 치열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 '푸른노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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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미희는 늙는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냈다. 오미희는 “세상에 늙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늙는다. 그래서 잘 늙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나이가 든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치매고, 망령이고, 병들었다고만 생각하지 그게 나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희는 “어쩌면 그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늙음에 대한 예방 주사가 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피하려고만 하지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을 많이 이해해야 한다. 모기가 싫다고 모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늙음은 자연스럽게 오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이처럼 세 배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기하면서 세월의 추억을 쌓아갔다.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가는 것처럼 그들은 내면의 결들을 추억으로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어느새 세 배우는 더 단단해졌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늙음. 이를 피하지 않고 더 잘 늙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박인환, 남경읍, 오미희였기에 그들의 연기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한편 세 배우들의 연기가 빛이 나는 영화 ‘푸른노을’은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노년의 사진사 남우(박인환 분)가 수취인 불명의 사진을 발견하며, 이 사진들의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 오는 11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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