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기와 나' 포스터
영화 '아기와 나'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청춘의 불안함은 우리의 삶, 어디에나 편재하고 있었다.

‘아기와 나’는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인 순영(정연주 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설상가상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기는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일(이이경 분)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위태로운 선택의 과정을 담아내는 작품. 단편 ‘야간비행’을 통해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를 석권했던 손태겸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이다.

전작 ‘여름방학’과 ‘미생 프리퀄’에서 각각 이수경과 임시완 등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낸 손태겸 감독. 그렇기에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와 tvN ‘SNL’에서 각각 코믹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이이경과 정연주가 코믹함을 버리고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에 도전한다는 것은 영화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영화 속 확실한 매력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 '아기와 나' 스틸
영화 '아기와 나' 스틸

도일은 자신의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세상 속에서 위태로운 발걸음들을 옮긴다. 그 여정에는 왜 순영이 도망갔는가, 아이의 친부는 누구인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의 의문들이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의문들을 따라가는 동안 도일의 불안한 내면을 이이경은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에 그대로 녹여낸다. 이이경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그의 연기력은 혹시나 겹쳐질 코믹 연기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개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순영 역의 정연주 역시 마찬가지다.

순영은 갑작스럽게 아이를 남기고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인물. 극 초반 출연한 이후 자취를 감춰버리지만 정연주는 충분히 전반부에서 인물의 특징들을 살려내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런 정연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영이 극 안에서 그저 소비되는 인물로만 그려지는 한계는 막아내지 못한다. 도일이 극의 중심점인 탓에 순영은 도일과 그의 주변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되는 것. 결국 그런 순영의 모습은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그려지는 여성인물이라는 한계성으로 다다른다.

영화 '아기와 나' 스틸
영화 '아기와 나' 스틸

물론,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순영의 서사에 붙어지는 이야기들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전사를 완전히 풀어내기는 벅차다. 또한 영화는 순영이 당장 자신의 아이를 남겨두면서까지 도일에게서 도망간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렇기에 관객은 순영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을 개입해내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한계성을 극복하고, ‘아기와 나’는 청춘들이 겪는 불안한 삶의 모습들을 포착해내는 것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특히 롱테이크와 핸드헬드 촬영은 불안함 속에 놓여있는 배우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현실의 불안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아기와 나’는 모든 청춘들이 겪고 있는 미래의 불안함, 선택에서 오는 불안함 등을 서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깝고도 치밀하게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가끔 삶 속에서 힘든 선택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을 바라보다 보면 그들의 선택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삶의 모습들을 좀 더 관찰하고 싶다”는 손태겸 감독의 말처럼, ‘아기와 나’는 도일이라는 한 인물의 선택과 그 연속된 삶의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도일. 그렇기에 이 아픈 청춘의 성장통과 불안함이 가까이 있는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은 꽤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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