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숲속의 부부’는 전규환 감독에게 또 한 번의 실험이었다.
아름다운 시와 같은 작품. 영화 ‘숲속의 부부’를 표현하자면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약자를 향한 강자의 폭력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약자라고 규명한 남자가 “당신에 난 가족조차 지키지 못한 힘없는 노동자야. 그리고 저들에게 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벌레만도 못한 놈이지. 내 삶은 지옥이고 내 영혼은 점점 끔찍한 유령으로 바뀌고 있어”라고 흐느낄 때 관객에게 다가오는 감정들이란. 잔인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흐느끼는 남자의 울음은 시(詩)가 주는 어떠한 울림을 똑같이 전달한다. 잔혹하게 그려낸 황홀경. 전규환 감독은 역시나 다시 한 번 그의 깊이 있는 연출력을 ‘숲속의 부부’를 통해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런 영화 ‘숲속의 부부’에는 꽤나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영화 러닝타임에서 긴 부분을 차지하는 프롤로그가 등장하는 것. 어떻게보면 영화의 1막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을 만큼의 분량이다. 최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전규환 감독은 이에 대해 “찍다보니 약간 모자른 부분이 있어서 다 찍고 나서 보충 촬영을 해야 했다”며 “하지만 사정이 생겨 김성민 배우의 촬영이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다. 우선 영화를 완성 시켜야 해서 부인의 이야기로 영화의 앞부분을 완성시켰다”고 얘기했다.
이어 전규환 감독은 프롤로그의 내용에 대해 “쓰러져가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으면 이 노동자 부인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부인도 성인인데 밑바닥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망가지고 상처받는 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를 그려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본의 아니게 프롤로그가 길어졌다”고. 이후 전규환 감독은 프롤로그 자체가 본래 이야기에는 없었지만, 그것이 꼭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전규환 감독은 이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해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래 프롤로그는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시나리오가 있는 상황에서 찍은 영화가 아니었다. 저에게는 영화적 실험을 하는 상황이었고 1부가 있든 프롤로그가 있든 에필로그가 있든 상관없이 그저 실험적인 문법으로 찍었으면 했다. 그래서 영화적 실험이었기 때문에 내 머리 속에 있는 이미지와 서사를 만들어보고자 한 거다. 그러니 또 어떻게 보면 원래 없었다고는 할 수는 없는 거다.”
이러한 전규환 감독의 영화적 실험을 통해 완성된 ‘숲속의 부부’ 속 이미지는 그야말로 남달랐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노출이 크게 부각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수위에서 최고의 한계를 넘고 있다고 많이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묻히거나 그것만 보인다는 건 안타깝다. 성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성인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그저 다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그렇게 됐다. 그걸 치열하게 들어가서 아름답게 잡고 말초를 자극하는 샷을 만들어 내는 류의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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