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고승아 기자]똑 부러지고 강인한 눈빛, 책임감 있는 행동. 이보영이 tvN '마더'에서 그린 엄마의 모습이다.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아동학대와 입양, 그리고 모성애를 그려낸 이보영의 저력이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었다.
'마더'의 수진 뿐만 아니라 사실 이보영은 이전부터 그 특유의 단단한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 전작 '귓속말'의 영주가 그랬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유쾌한 장변 또한 속에 굳건한 무언가가 있었다. 이는 이보영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최근 이보영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나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를 마무리한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상처받은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그 소녀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마더' 속 수진은 특히나 이보영 그 자체였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거짓말을 못 하는 여자', '조류학 연구원'이라는 수진의 설정은 이보영에게도 맞는 옷처럼 어우러졌다.
그러나 이보영은 "수진이를 잘 모르겠어요. 수진에 몰입을 열심히 하기에는, 수진이가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라 생각했죠. 그래서 수진이에 대한 몰입보다는 드라마 자체와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더욱 컸어요.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마더'는 일본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촬영 전 원작을 미리 보고 걱정을 많이 했다는 이보영은 걱정도 많았단다. 또한 원작 속 주인공과 수진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역 캐스팅부터 걱정이 많았죠. 특히 14부 엔딩 장면은 제가 얽매여서 잔상이 계속 남아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원작 자체는 정말 재밌고 행복하게 봤어요. 초반에는 원작을 보고 수진이를 드라이하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감정을 숨기는 일본 정서가 우리나라에 안 맞을 것 같았어요. 감독님과 상의하며 좀 더 감정이 있는 캐릭터로 가자고 결정했죠."
이보영은 다소 무거운 소재와 메시지를 지닌 '마더'를 선택한 계기에 대해 "처음 제의가 왔을 때 당시 애를 키우면서 울컥울컥했어요.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서 엄청 울었죠. 다 내 이야기 같았고, 감정이 심해지면서 그때 그런 감정으로 겁도 없이 덜컥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연락하고 나서 잘못 덤볐다간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 상황에선 선뜻 한다고 못 했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어 '마더' 속 아동학대를 묘사한 장면에 대해서도 "사실 아동학대 현실은 더 심하고 드라마가 심하게 묘사됐다고 해도 한 단계 걸러져서 표현됐는데 (이런 장면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섬세해지는 데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 사회가 이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들, 이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약간이라도 이슈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굉장히 중요했다. 수진이가 극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면서도 관계 속에서 소통하며 생기는 감정들이 '마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보영은 "윤복이(허율 분) 눈을 보고, 이혜영 선생님의 연기를 받아서 수진이를 했어요. 상대 배우의 호흡을 받아 연기를 했죠. 이런 부분들이 특히나 애정 가고 좋았어요"라고 전했다.
이보영과 가장 오래 호흡을 맞춘 허율. 그는 특별히 허율에 찬사를 보내며 "어떤 성인 연기자가 와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 밤에 촬영하고 자다가 일어나도 인상 한번 안 쓰고 오히려 즐거워했어요. 처음 윤복이는 학대받는 장면이 무엇인지,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 자체를 이해 못 했어요. 학대 받는 신도 지속적으로 촬영을 이어가지 않아서 걱정할 부분은 정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친엄마가 촬영장에 찾아 오니 훅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마지막에 촬영할 때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울더라고요. 저도 눈물을 못 멈췄고요. 윤복이가 이 현장을 너무 행복해했어요. 걱정되는 건 드라마 끝나고 나서 이 아이에게 여운이 너무 갈까 봐. 작품이 계속했으면 좋겠다,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그러더라고요"라고 비하인드를 덧붙였다.
윤복이만큼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많이 맞췄던 이혜영에 대해 "엄마랑 붙는 신에서 스크립터도 울었어요. 마지막에 엄마가 '나는 그때의 네가 생각나. 9살의 너, 10살의 너, 그때의 하루하루가' 이런 대사가 참 기억에 남아요"라면서 "윤복이와 엄마와 촬영하는데 생각보다 정말 안 힘들었어요. 정말 오랜 연기 기간 중 가장 최고의 현장이었죠"라고 극찬했다.
이어 "너무 많이 울어서 제가 (촬영을) 하다 보면 울게 됐는데 이보영인지 수진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매 신마다 울어야 하니 감정 과다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신 들어가기 전에 이번에는 울지 말아야지 하고 들어갔다가 결국은 울게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마더'는 여러 사회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여성 중심적인 드라마, 그리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아시아 드라마 중 유일하게,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진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보영은 "이번 드라마에 여성 분들이 정말 많이 나와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진짜 좋았죠. 포스터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촬영을 하며 이혜영 선생님과 매 신이 감동이었죠. 선생님과 실제로 부딪힐 때 제가 생각했던 톤들과 달라지곤 했어요. 이렇게 에너지를 온전히 받은 경험이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너무 좋았어요"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칸에 진출한 것에 대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제일 행복해요. 또 수진이가, 윤복이가 실제 있는 사람처럼 생각해주시고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는 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죠. 사람들이 이보영이 아닌 수진이라고 불러줄 때 가장 좋았어요. 제가 칸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이렇게 알아봐 주시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남편 지성은 이보영의 '마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서로 연기 방식에 터치를 하지 않는다는 이보영은 "연기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해외에 있던 오빠가 구구절절 장문으로 문자를 보내줘서 고마웠어요. 이걸 보고 치유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된다, 작품을 보고 치유하는 사람이 있었을 거다, 수고했다고 말해줬어요."
이보영은 극찬을 받은 '마더' 속 수진이의 연기가 만족스러웠냐는 질문에 "연기에 한계는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제 연기가 좀 아팠어요. 아프기도 하고, 슬프히고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하고, 저 자신이 정말 찍으면서 행복했어요. 현장을 가면서도 좋았고 매 신마다 만들어 가는 재미가 좋았죠. 신을 함께 완성해 가는, 공동작업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오히려 개인적인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좋거나, 한계를 넘었다, 이런 건 아니었어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제가 신인 때 어떤 배우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보영 나오면 실망은 안 해. 좋아'라고 답했어요.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신뢰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더'가 시청률이 잘 나올 거란 기대는 안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은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호응해주셔서 좋아요. 함께 했던 분들 모두 가슴에 따뜻한 여운이 남았길 바라요."
사진=tvN, 다니엘에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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