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곤지암' 제공
영화 '곤지암' 제공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곤지암’은 정범식 감독의 실험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데뷔작 ‘기담’을 통해 한국 공포 영화의 새 장을 열어젖힌 정범식 감독이 영화 ‘곤지암’으로 돌아왔다. 31일 기준 누적관객수 99만 2128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제공)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곤지암’은 근래의 한국 공포 영화들이 큰 흥행을 이끌지 못했던 중 단비와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곤지암’에 대해 가장 높게 평가할 것은 기존의 호러 영화들이 하지 않았던 장르적 도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있다. 그간 ‘기담’,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탈출’ 등 호러 영화의 형식에 있어 실험정신을 아끼지 않았던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을 통해서도 새로운 장르적 도전에 나섰다.

‘체험 공포’라는 장르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파운드 푸티지(모큐멘터리) 형식이 과거형의 성질을 띠었다면 ‘곤지암’은 유튜브 생방송이라는 획기적인 소재를 끌고 들어와 그간 느끼지 못했던 공포영화의 ‘현재성’을 기발하게 살려낸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고 만난 정범식 감독은 이런 장르적 도전에 대해 “호러 영화가 사실 세분화되어있다. 오컬트도 있고 고어도 있고 심리공포도 있고 그러다보니 이 안에서 되게 많은 것들이 가능한 것 같고 타 장르와도 교배가 가능한 거 같다”며 “가능성의 영역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정범식 감독은 “이를 구현시킬 수 있느냐 못시키느냐는 저의 한계와 역량이다”라며 이러한 도전에 “연출자로서의 즐거움과 쾌감이 있는 거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런 장르적 도전 안에서도 정범식 감독이 놓치지 않은 것은 존재했다. 바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형식적 계산이었다. 정범식 감독은 공포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존재하는 자신만의 방식에 대해 “공식이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고 계산이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직관적인 계산과 이성적인 계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정범식 감독은 “습관이나 관습은 많이 보면 볼수록 변한다”며 “하지만 공포를 느끼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밀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계산해서 배치하고 늘이고 줄이고 해서 밀당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 부분들이 호러 영화 안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곤지암' 포스터
영화 '곤지암' 포스터

‘곤지암’ 또한 이런 정범식 감독의 정밀한 계산 아래서 탄생했다. 그렇기에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의 후반작업에만 14개월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었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정범식 감독은 “후반작업을 14개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색보정, 사운드믹싱, CG 등 별에 별거를 다해봤다”며 “관객들이 가장 놀랄 수 있는 텐션을 늘려보자가 목표였다”고 얘기했다. “긴장과 이완, 또 강약 조절 그런 것들이 관객과의 싸움이다. 저는 이것을 호러 영화 만들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승리하면 좋고 실패하면 김빠지네가 되는 거니깐 안정적으로 가기보다 승부하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어 정범식 감독은 이런 미학적 실험들이 공포영화였기에 쉽게 가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다른 장르였다면 ‘왜 이렇게 컷이 빨리 안 넘어가지’ 할 정도로 관객들이 컷을 느끼는 속도감이 최근 들어 빨라졌다. 하지만 장르가 호러이다 보니 일단은 관객들이 스크린을 응시해주신다. 이처럼 스크린을 응시하는 지속시간이 기니깐 느린 미학의 성취도 가능하다. 그런 식의 형식은 무서움만 보장된다면 상업 영화 안에서도 시도가 가능하다. 다른 영화의 장르보다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이런 식의 심플한 플롯을 가지고 형식적 실험을 하는 게 드라마 장르였으면 제한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처럼 정범식 감독은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만들기에 정밀한 계산과 실험을 하며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 덕분일까. 영화 ‘곤지암’은 근래의 한국 공포 영화들이 이루지 못했던 미학적 과제들을 성취하며, 흥행에 까지 성공을 거뒀다. 관객들 역시 ‘곤지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실제의 공간 속에서 허구의 상상력을 결합하여 극강의 공포 체험을 가능케 한 ‘곤지암’. 과연 정범식 감독의 장르적 실험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이 들게도 만든다.

한편, 정범식 감독이 연출한 ‘곤지암’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CNN에서 선정한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 체험 공포 영화로 지난 28일 개봉했다. 개봉 5일차를 맞는 4월 1일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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