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평범하기에 오히려 가슴을 후벼 판다.
영화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배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 이준익 사단 방수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덕구’(정지훈)의 우렁찬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자기소개를 통해 시작부터 집중하게 만든다. ‘덕구’는 할아버지 슬하에서 어린 여동생 ‘덕희’(박지윤)와 살아가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시골 소년이다. 할아버지는 ‘덕구’, ‘덕희’를 홀로 키우기 위해 생계 전선에 뛰어든 가운데 의사로부터 남아있는 날이 얼마 없음을 듣게 된다.
‘덕구’는 특별한 건 없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만 있을 뿐이다. 극 초반부터 할아버지가 시한부임을 밝히기까지 한다. 진한 가족애를 중심 소재로 삼았지만, 억지로 감동을 선사하기보단 평범하게 접근해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방수인 감독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과 바다, 들을 떠돌며 8년에 걸친 기간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가며 쓴 이야기인 만큼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담았다. 이에 꾸밈없는 진정성이 바탕이 되면서 드라마틱하진 않더라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 아이,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함으로써 따스한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다문화 가정을 배경으로 삼은 건 방수인 감독의 대학 시절 동남아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방수인 감독은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출발했다가 ‘덕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전체적인 메시지와 연결시켰다.
이번 작품으로 7년 만에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된 이순재는 영화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힘에 반해 노개런티로 선뜻 출연을 결정 지었다. 최근 작품들과는 달리 친근한 시골 할아버지로 변신한 그는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슬픈 연기의 경우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려고 신경 썼다. 이순재의 덤덤한 표정이 더 슬프게 만든다.
1000대 1 오디션에서 캐스팅된 아역 정지훈은 이순재 옆에서 주눅들 만한데도, 성숙한 감성 연기로 ‘덕구’ 그대로 녹아들었다. 또 다른 아역 박지윤은 대사는 거의 없지만, 아이스러움으로 미소를 절로 짓게 만든다. 정지훈, 박지윤을 비롯한 아역들을 통해 비춘 동심은 때 탄 마음을 희석시켜준다.
모처럼 자극이 전혀 없는 착한 영화지만, 극적인 사건이나 독특한 캐릭터가 없는 만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예측 가능한 전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감성은 분명 존재할 뿐더러, 그 감성이 조금씩 스며든다.
연출을 맡은 방수인 감독은 “출발은 그리움이었다. 높은 산과 같았던 사람이라 생각하면서도 세상 제일 만만했던 사람, 나와 제일 나이차가 많았으면서도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던 사람, 그 사람이 보고 싶었다. 이 그리움이 출발이 됐다”고 전했다. 방수인 감독이 그리움에서 출발했듯 관객들 역시 소중한 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이 될 듯하다. 개봉은 오늘(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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