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NEW 제공
이병헌 감독/NEW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웃기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재기발랄한 연출과 찰진 말맛으로 코미디물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스물’을 통해 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스무살은 더 많지만 여전히 철없는 어른들과 함께 귀환했다. 바로 어른들의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으로 말이다. ‘바람 바람 바람’은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병헌 감독은 불륜을 소재로 하는 만큼 부담스러웠지만, 감정에 접근해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제작사 대표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원작을 봤는데, 감정보단 상황 위주의 코미디로 결이 많이 달랐다. 좋은 말로는 너무나 쿨했다. 대신 보편적인 우리나라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 많았다. 생각 없이 보면 웃긴데 ‘이걸 한국에서 어떻게 만들지?’라는 의문점이 들면서 처음엔 고사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풀어낼 사람이 대한민국에 너밖에 없다’는 말에 혹했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두 번째 볼 땐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 처음엔 상황만 따라갔는데 보여주지 않은 감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부정적 행위 끝에 따뜻한 걸로 봉합하던데 난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했을 때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으면서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코미디 장르 안에서 펼쳐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원작과 달리 상황보단 감정에 중점을 둔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보면 도전, 모험이었는데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다. 부정적 소재를 코미디로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 컸다. 상황이 아닌 감정으로 풀어내야 하는데 감정 하나 놓치면 욕만 먹고 끝나겠다 싶었다. 각색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고,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도 했다. 작가로서의 욕심에 애를 많이 먹었다. 하하.”

그러면서 이병헌 감독표 코미디는 옅어졌다. 물론 중간 중간 웃긴 장면들도 있지만, ‘스물’에 비하면 약해진 건 분명하다.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를 일부러 배제했다고 밝혀 흥미로웠다.

“코미디와 감정 사이 조율이 필요했다. 작정하고 웃겼으면 더 웃길 수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어려웠던 작업이었던 것 같다. 대사톤, 음성 높낮이, 표정, 리액션 하나에도 감정이 멀리 가더라. 내가 1mm 바꿨는데 1m 가는 셈이라고 할까. 웃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니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무리 선을 내가 정해야 했다.”

이병헌 감독/NEW 제공
이병헌 감독/NEW 제공

코미디와 감정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떻게든 감정을 우선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이병헌 감독은 “우선은 감정이었다. 아무리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감정을 망가뜨린다 싶으면 눌렀다. 혼자서 촬영하다가 재밌는 게 문득 생각나도 ‘이게 되는가?’ 엄격하게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안 될 것 같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고 차단하려고 했다. 필요한 작업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륜이 핵심 소재인 만큼 불륜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이 존재하고 있다. 이병헌 감독은 처음부터 불륜을 옹호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소재에 대해 옳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확신, 자신감이 있었다. 대신 감정을 놓치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아슬아슬하게 완성한 만큼 누군가 알아주고 공감을 해줄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은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는 처음부터 생각 안 했다. 누구에겐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재밌게 본 관객만큼은 더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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