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보다 더 큰 아픔이 있을까. '살아남은 아이'는 분명 슬프다. 하지만 그 슬픔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기에 더욱 먹먹하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국내 개봉 이전부터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잇단 호평을 얻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살아남은 아이'는 제 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데 이어 제 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화이트멀베리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수 영화제와 언론의 찬사와는 별개로 '살아남은 아이'는 스토리 자체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자신의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은 현실의 많은 부모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감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그 속에서 소용돌이를 그려낸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 즉 유가족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무게감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살아남은 아이'의 성철과 미숙은 살아남은 가족이고 유가족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일반 관객들이 이미지화시킨 유가족과는 다르다. 어느 순간에는 떠나간 자식 생각에 오열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아들이 없어도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가끔은 일상 속에서 웃음도 나온다.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유가족을 그려내며 관객들이 이미지화 시킨 유가족의 형태를 비틀어버린다.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유가족'이 선입견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그러면서도 '살아남은 아이'는 극한의 슬픔, 쥐어짜는 눈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울음을 강요하지 않은 채 차분히 두 부모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성철과 미숙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어쩌면 죽음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단어인 '용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서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용서를 할 수 있는지 영화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무성과 김여진은 아이를 잃은 부모 성철과 미숙에 각기 분해 극도의 슬픔을 그린다. 다만 두 사람이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최무성과 김여진은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폭발하는 감정으로 슬픔을 극복해나간다. 두 사람이 부모를 그려냈기에 영화는 한층 단단해졌고 밀도 높아졌다.
기현 역을 맡은 성유빈 역시 2000년생이라고는 믿기 힘든 연기력으로 반항기 있는 학생의 모습부터 성철과 미숙의 애정에 금방 빠져드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 그리고 두 사람과 친해질수록 묻어두려했던 비밀에 죄책감을 느끼며 힘겨워하는 모습까지. 성유빈은 극단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며 최무성, 김여진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보다 섬세하게 이끈다.
연출을 맡은 신동석 감독은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죽음은 일상적인 일이다. 저 역시도 주변에서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전과 이후의 감정의 기복 등이 달라지더라"며 무겁지만 일상에 닿아있는 죽음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살아남은 아이'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진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과거를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용서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개봉은 오늘(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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