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서사로 반감된 매력 또한 완성도 높은 비주얼로 끌어올린다.
영화 ‘물괴’는 기획만으로도 박수를 받아야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 흥행 이후, 한국형 크리쳐 무비들이 그다지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가운데 ‘물괴’는 다시 한 번 크리쳐 무비에 도전했다. 게다가 그 배경이 조선시대라니. ‘물괴’는 그간의 한국형 크리쳐 무비들과는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탄생 배경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그 결을 달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실제 사실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에 중점을 두며 크리쳐 무비가 가지는 공상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물괴’의 상상은 “밤에 개와 같은 짐승이 문소전(文昭殿) 뒤에서 나와 앞 묘전(廟殿)으로 향하는 것을, 전복(殿僕)이 괴이하게 여겨 쫓으니 서쪽 담을 넘어 달아났다”는 중종실록의 기록부터 시작한다. 중종 실록 6년에 기록된 해당 구절에서 언급된 ‘물괴’는 16년이 지나 중종 22년 다시 한 번 실록에 등장한다. 이번에는 궁궐 내에 숙직하던 군사가 괴물이 있다는 헛소리를 듣고 이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다닌다는 내용. 실제로 물괴가 존재하는지는 정확하게 서술되어있지 않지만 영화의 상상력이 날개를 펴는 데에는 이 단순한 한 문장이 가지는 힘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물괴’는 단 한 줄의 문장에 상상력과 CG를 덧입혀 완전히 새로운 크리쳐 무비를 창작해냈다. 상상 속 동물 해태를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물괴의 비주얼은 뒤엉킨 털들과 온몸에 울긋불긋 솟아오른 수포들로 끔찍하고 꽤 충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공포를 안긴다. 게다가 사람을 삼키는 거대한 덩치에 날렵한 움직임까지. 사람을 압살(壓殺)하고 궁의 기와지붕들을 뛰어다니는 물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지극히 한국적임과 동시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비주얼이라는 확신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드는 것이다. 꽤 완성도 있는 CG 또한 이러한 물괴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엄지를 치켜들게 만든다.
이처럼 우려가 됐던 CG가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제 ‘물괴’에게 남은 과제는 서사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서 ‘물괴’는 다소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취한다. 이야기의 토대가 중종 22년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 꽤 큰 비중을 둔다. 신사무옥과 삼포왜란 등으로 혼란이 가득했던 정국. 오락성을 강조해야하는 크리쳐 무비의 장르적 특색과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동시에 그리는 방식은 영화 속에서 다소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물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물괴의 존재유무를 두고 중종과 대신들이 벌이는 정치싸움이 주를 이루다보니 짐짓 이야기가 무거워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점도 이야기의 톤을 맞추어 진행시킨다면 꽤 효과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물괴’는 오락적 장면과 정치적 장면의 톤이 다소 매치가 되지 않아 아쉬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무력한 조선의 왕 중종(박희순 분)과 그런 왕에게 충성심을 드러내는 윤겸(김명민), 성한(김인권 분), 왕과 대척점에 서 역모의 꿈을 꾸는 심운(이경영 분)의 대립이 심화되는 부분은 너무나 많은 영화들에서 그려졌던 선악 대결의 전형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또한 인간의 욕심으로 태어난 괴물이라는 설정 역시도 그간 많은 크리쳐 무비들에서 사용됐던 소재이기에 신선함을 다소 반감시킨다.
하지만 액션에 있어서 ‘물괴’가 주는 쾌감은 한국형 크리쳐 무비의 미래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사극들이 정적인 구도에 더욱 중점을 뒀다면 ‘물괴’는 과감한 카메라 워크로 새로운 ‘사극 액션’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러한 점도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이는 다소 신파적인 전개 탓에 매력이 반감된다. 하나의 톤으로 정직하게 영화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남긴다. 장점과 단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물괴’는 꽤나 위태로운 걸음으로 한 발자국씩 전개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물괴’는 장점과 단점이 꽤나 뚜렷하게 나뉘어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비주얼과 이를 보완하지 못하는 서사. 하지만 ‘물괴’는 단점의 무게보다 장점의 무게가 더욱 크다. 한국형 사극 크리쳐 무비라는 새로운 도전이 큰 장점을 차지한다. 역사 속 기록에서 시작된 과감한 시도에 완성된 흡인력 강한 비주얼. “광화문에서 포효하는 ‘물괴’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작한 영화다.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용기를 냈고, 멋진 영화가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는 허종호 감독의 도전을 통해 완성된 한국형 사극 크리쳐 무비는 이제 관객들의 선택만을 앞두고 있다. 오늘(12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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