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전여빈은 진정 도화지와 같은 배우였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비롯하여 ‘여자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그리고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까지. 2017년은 그야말로 배우 전여빈의 해였다. 지난 2016년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티파니 역을 맡으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전여빈은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죄 많은 소녀’를 통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에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홍소린 역을 맡으며 브라운관에서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던 전여빈. ‘죄 많은 소녀’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1년 만에 정식 개봉을 확정 지으며 그녀는 2018년 가장 주목해야 할 신예로 다시 떠올랐다.
특히 지난달에는 JTBC ‘방구석 1열’ 문소리 특집에 출연하며 전여빈은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변영주 감독은 전여빈에 대해 소개하며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감독 문소리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들까지 사로잡은 배우 전여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전여빈은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어깨를 치켜 올리기 보다 부끄러워하며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남다른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구석이었다. 스크린 속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전여빈은 ‘가장 주목받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말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필모그래피를 촘촘히 쌓고 계시는 분들이 많기에” 자신은 아직 그런 수식어를 받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그저 그녀의 지금 목표는 “잠깐 반짝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었다. 칭찬들을 들을 때마다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 더 잘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죄 많은 소녀’ 속 누구보다 절실하고 치열하게 연기를 펼쳤던 영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여빈은 매 작품마다 항상 전혀 다른 매력의 모습들을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도화지 같은 배우’. 항상 색이 다른 캐릭터들을 그려내면서도 인물 그 자체가 되어 표현해냈던 전여빈에게는 덕분에 이와 같은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다. 이에 대해 전여빈은 “배우로서는 그 말이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예쁘다, 매력있다라는 말보다 어떤 배역에도 스며들 수 있다는 말이 최고의 말인 것 같다”며 “그 말을 들을 때 제일 좋다. 가능성을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작품 속 배역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 전여빈은 어떠한 개인으로 평가 받는 것보다 배우로서 평 받는 것에 더욱 감사해했다. 연기에 대한 그녀의 진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구석이었다. 25살부터 단편 영화 작업을 시작하며 26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전여빈. 물론, 그녀 또한 연기자의 길에 대한 고민을 가졌던 적이 존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스물한 살까지 고집하면서 시간을 쌓아왔는데 내가 나 좋자고 하는 이 일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스물여덟 살 때 진지하게 돌아본 적도 있다고. 그렇기에 전여빈은 한 때 29살까지 연기를 해보고 잘 되지 않는다면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나의 밥벌이를 다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고.
“배우가 너무 되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플랜B나 다른 대안은 없었고 저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한편으로는 정말로 내가 너무나 갈망하던 일을 내려놓을 생각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아니더라도 또 행복한 일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거였다. 근데 포기가 생각보다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 포기가 너무 힘들었다. 포기하는 나 자신을 과연 내가 마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던 것은 저한테도 포기가 너무 어려우니깐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벼랑 끝에 자신을 몰아붙이고 치열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갔던 전여빈. 스무 살 연극 스태프부터 시작해 꿈을 키워왔던 그녀에게 28살, “운이 좋게도” 기회가 왔다. ‘죄 많은 소녀’를 만난 것이었다. 또한 29살이 되던 해에 “개봉한다는 말도 없었던 작품들이 개봉을 하기 시작했다.” ‘여배우는 오늘도’, ‘여자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그 작품들이었다. 또한 ‘죄 많은 소녀’는 29살 전여빈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의 영광을 안겼다. 여기에 전혀 연이 없을 것 같던 드라마 ‘구해줘’까지. 절실함으로 쌓아올린 노력이 있었던 덕분에 전여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조금만 더 가보자”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그런 노력, 기회들과 함께 맞은 30살의 2018년. 전여빈은 서른을 맞으며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 되겠다라는 뭔가 단단한 마음이 자꾸 피어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지금 근 10년을 버텼는데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까지는 제 안에 자잘한 근력을 키워온 느낌이라면 이제는 작은 근육들이 키워졌으니 큰 근육들을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하프 마라톤을 뛰어왔다면 이제는 풀코스를 뛰어볼까라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 오래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다면 서른 살 전여빈에게 연기는 무엇이었을까. ‘좋은 배우’를 꿈꾼다는 그녀는 계속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작품들을 만나게 된 것도 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내비췄다. 하지만 그런 운 또한 착실하게 쌓아온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전여빈은 여전히 “(연기의) 과정이 힘들더라도 재밌다”며 “인물을 탐구한다거나 몸을 트레이닝 하는 게 너무 재밌다. 이런 것을 직업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게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20대의 추억이 담긴 ‘죄 많은 소녀’를 관객들에게 배웅하고 있었다.
([팝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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