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①]에 이어) '죄 많은 소녀'는 전여빈에게 가장 치열했던 작품이었다.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내보였던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가 1년이 지난 다시 한 번 전국의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주목해야 할 신인 감독의 작품에 수여되는 ‘뉴 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죄 많은 소녀’. 작품에 출연한 배우 전여빈 또한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제7회 마리끌레르영화제 루키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전여빈은 그야말로 올해 단연 주목해야 할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극 중 친구 경민(전소니 분)의 실종 이후 가해자로 지목되며 모두에게서 외면 받는 ‘영희’ 역을 그려내며 사실적이고도 과감한 감정 연기를 펼쳐내며 남다른 존재감을 펼쳐낸 전여빈. 삶에 대한 허무함을 담은 눈빛과 의심이라는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치열한 몸부림 치는 영희의 모습을 인물 그대로 연기해 낸 전여빈의 실제는 하염없이 맑고 순수했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전여빈은 맑은 순수함 속에서 길어 올리는 깊은 사고로 영화 ‘죄 많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1년이 지나 전국의 관객들을 만나게 된 ‘죄 많은 소녀’. 이에 대해 전여빈은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기도 하다”며 “2년 전에 촬영을 했고 1년 전에 첫 관객 분들에게 상영을 했고 다시 1년이 지나 이렇게 개봉을 하니깐 비로소 세상에 보내는 듯 하는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녀는 “이제서야 배웅인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좋게 마무리 하고 싶다. 잘 보내고 싶다”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죄 많은 소녀’는 전여빈에게 그 누구보다 치열했던 작품이었다. 고통으로 가득 찬 영화의 이미지와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힘없는 소녀 영희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은 전여빈에게 그 고통이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것과 같았다. 이에 전여빈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선배 서영화가 “우리 현장은 누구도 서로를 구해줄 수 없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현장이었다. 그게 최선의 서로를 위한 도움이었다”라는 말을 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며 촬영을 하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여빈 씨 영화 들어가면 많이 외롭고 힘들 거다. 고통스러울 거다. 그래도 우리 전 스태프들 모든 배우들이 다 응원하고 있을 거다. 다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그럴 거다’라고 하셨는데 역시나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어떤 농담이 막 오고간다는 웃긴 현장은 아니었지만 그 뜨거운 에너지들이 응집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아마 이 무거운 감정을 지속시켜야 하고 붙들고 있어야 하는 큰 책임감과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이어 전여빈은 이러한 와중에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고 계셨던 감독님이 절대 영화를 놓지 않으셨던 것이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아픈 영화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했지만 든든했다. 배우로서도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그렇게 고통과 외로움, 치열함으로 완성한 영화 ‘죄 많은 소녀’. 그녀는 영화 속 세상에 대해 “완전한 선인도 완전한 악인도 없는 세상인데 그냥 실제 삶도 그런 것 같다”고 표현하며 ‘죄 많은 소녀’를 그리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
전여빈은 영화를 통해 “완전한 선악이 없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나오는 인간의 본연의 감정을 그리려 했다”며 또 “그것을 직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죄책감을 안고 있을 때 죄라는 것을 자기가 느꼈을 때 반응하는 행동들. 그것을 회피하느냐 아니면 자기 연민으로 가느냐. 아니면 어떤 때는 자기 방어로 나오기도 하고 또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렇게 전여빈은 영화를 촬영해나가면 근본적인 죄책감 속에서 인간이라는 약한 존재가 가지는 마음에 대해 “물음표를 달면서 인간의 어떤 본질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 숨기고 싶어 하는 혹은 숨겨져 있는 인간성들을 계속 발견하고 느끼고 혹은 숨겼다면 포장하지 않고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계속해서 의문을 품었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전여빈은 점점 ‘영희’가 되어갔다. 아니 ‘영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했다. 영화 속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이 상처 받기도 하는 ‘말’. 전여빈은 이를 소통이라는 기본적인 ‘말’의 기능과 엮어내며 의미를 풀어냈다.
“말이라는 것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너무 중요한 수단이다. 근데 과연 그 말이라는 것이 소통을, 또 이해라는 것을 100% 실현 가능하게 해주느냐는 의문이다. 사실 여기서도 어떤 말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그 말을 넘어서는 소통이 뭘까라고 생각했다. 또 말을 넘어서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 말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 말과 상황 사건을 이해한다는 게 과연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련된 것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가능한 걸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해는 그만큼의 오해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됐던 것 같다.”
깊은 사고의 끝은 결국 영희와 그 주변 인물들이 느끼는 죄책감으로 확장됐다.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군상들. ‘죄 많은 소녀’ 속의 군상들이 펼쳐내는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영희 역시도 자유롭지 않았기에 전여빈은 스스로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착했다. 그 덕분일까. 극 중 전여빈의 모습은 ‘죄 많은 소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였다. 치열하게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의 대립을 견뎌내는 영희. 이러한 모습을 너무나도 사실적이게 그려낸 전여빈이었기에 과연 괴물신인이라는 말에 이견을 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팝인터뷰③]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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