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무릎 꿇는 법을, 항복이라는 걸 배우지 못했다”
당을 상대로 기적의 승리를 거둔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한국 영화에서 고구려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뤄 의미가 깊다. 바로 영화 ‘안시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기존 사극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에너제틱하고, 섹시하다. 중장년 배우 중심이 아닌 조인성,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설현, 박병은, 오대환 등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차별화했다. 고구려 시대 전장을 휘어잡은 장군들이 실제로 30~40대임을 반영한 현실적 캐스팅이 이루어진 셈이다.
조인성이 극의 중심인 ‘양만춘’ 장군 역을 맡아 처음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묵직한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톤 자체가 사극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 하지만 조인성은 새로운 장군상을 제시했다. 스스로 전형적인 장군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기보다 성을 지키려는 기본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장군을 완성한 것. 또 그의 뛰어다니면서 선보이는 활 액션은 감탄을 자아낸다. 배성우, 박병은, 오대환 등과의 친분으로 인한 여유로운 케미는 인물들의 전사가 거의 없는 ‘안시성’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미스 캐스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 남주혁, 설현 역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자기 할 몫을 다했다. 연기 자체를 두고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안시성’은 한국 영화계 액션 사극 장르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액션이 잘 빠졌다. 스펙터클한 시퀀스들은 입이 쩍 벌어지게 한다. 실제 전투에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액션에 있어서도 스카이워커, 로봇암 등 최첨단 장비들을 대거 투입하며 현대적 감각을 살리고자 애썼다. ‘안시성’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손꼽히는 각 캐릭터들의 슬로우모션 액션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방대한 고구려 역사 중 안시성 전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위험을 고려, 주필산 전투, 2번의 공성전, 토산 전투로 나누어 담아냄으로써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총 7만평 부지에 실제 높이를 구현한 11미터 수직성벽 세트와 국내 최대 규모인 총 길이 180미터 안시성 세트를 제작한 것은 물론 안시성 전투의 핵심인 약 5000평 규모의 토산 세트도 CG가 아니라 직접 제작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액션에 올인한듯 액션에만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의 깊이가 없어 허전하다. 또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이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액션과 승리의 전율 자체만을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면 더욱 반가울 법하다.
연출을 맡은 김광식 감독은 “고구려, 특히 안시성 전투와 관련된 사료가 부족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남아 있는 사료를 통해 고증 가능한 부분은 철저하게 고증했다. 그 외의 이야기와 요소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을 거쳤고, 이를 연출의 포인트로 삼았다. 젊고 섹시한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익숙한 사극들과는 차별화를 주려고 노력한 ‘안시성’이 관객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가며 향후 고구려를 소재로 삼는 영화의 길을 트이게 할까. 개봉은 오늘(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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