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어데 있노 니?” ‘진정한’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는 한 형사의 울부짖음이다. 이는 범인이 아닌 피해자를 찾기 위함이다. 그렇다. 범인이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기특한 범죄물이 나왔다. 영화 ‘암수살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 ‘암수살인’이란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일컫는 단어로, 한국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뤄진 소재다.
이 영화는 안 믿길 정도로 드라마틱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김태균 감독은 해당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충격을 받아 무작정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났다.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피해자를 찾기 위한 그의 집념에 감동을 받고 영화화하게 됐다.
그런 만큼 ‘암수살인’은 장르적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범죄물이지만, 기존 범죄물이라는 장르의 통념에서 완전히 비껴져 있다. 자극적으로 풀어내지 않은 것. 거친 액션, 통쾌한 카타르시스 등 우리 모두에게 익숙해져 있는 범죄물 특유의 물리적 에너지를 완전히 배제했다.
대신 형사 ‘김형민’(김윤석),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의 밀도 높은 심리전으로 꽉 채웠다. 몸으로 하는 액션은 없지만, 두뇌싸움만으로도 형성된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는 김윤석, 주지훈의 용호상박 같은 시너지에서 불거졌다.
‘범죄의 재구성’, ‘거북이 달린다’, ‘극비수사’에 이어 다시 한 번 형사 역을 맡게 된 김윤석은 이번 형사 캐릭터가 가장 형사답다고 표현했다. 전작들에서는 형사를 직업으로 가진 중년 남성이라면, ‘암수살인’의 경우는 형사의 직업적인 면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감정을 누르면서도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김윤석이기에 가능하다. ‘1987’과는 극과 극일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인생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신과함께’ 시리즈, ‘공작’으로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주지훈은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특히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의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삭발, 부산 사투리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 만하지만, 주지훈의 물오른 연기력을 보고 있자면 잘 만들어진 1인극을 보듯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김윤석, 주지훈의 서브와 리시브를 오가듯 주고받는 뜨거운 앙상블은 ‘암수살인’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물리적 에너지가 없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보완해준다.
이처럼 밀당하듯 전개되는 형사와 살인범의 심리전이 이끌어내는 쫄깃함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범죄물 특색은 옅어지다 보니 다큐멘터리 같아 다소 지겨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점차 형사의 집념에 감정을 싣게 되면서 억지 신파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범죄물임에도 가을과 어울리는 이유다.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은 “사건 해결이 아닌 살아 숨 쉬고 있었을 한 사람을 위해 아직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형사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파수꾼 같은 모습을 발견했다. ‘암수살인’이 형사와 살인범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 투영되고 해석되며 확장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범죄물의 일반적 패턴이 아닌 진심을 쏟아부은 ‘암수살인’이 관객들에게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 개봉은 오늘(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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