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잠깐 등장에도 진정성 확보하고 싶었죠”
영화 ‘명당’은 땅을 소재로 8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그리고 백윤식 7명의 배우가 주역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박충선이다.
그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대립과 욕망을 그린 이번 작품에서 ‘정만인’으로 분해 중심에 있는 모든 캐릭터를 엮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등장할 때마다 뿜어내는 포스가 어마어마해 저 배우는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충선은 당위성을 위해 ‘정만인’이 어떤 인물일지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95년 영화 ‘영원한 제국’으로 데뷔 후 ‘소수의견’, ‘대립군’, 드라마 ‘신의 저울’, ‘그녀는 예뻤다’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박충선은 ‘명당’을 통해 대작의 비중 있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맡게 됐다.
“제안을 받고, 너무 하고 싶었다. 물론 부담감이 있었지만, 기분 좋은 부담감이었다.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준비에 돌입했다. 내 캐릭터가 주위 캐릭터들을 다 만나더라. 철저히 공부를 하자 싶었다.”
박충선은 극중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못지않게 땅의 기운을 읽는 지관 ‘정만인’ 역을 맡았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제일 중요했다. 구체적인 삶의 배경이 안 나오기에 진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깐씩 등장하지만, 모두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미 인지를 하고 있기에 리액션도 거의 없다. 개연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어 “어느 때보다 공을 많이 들이고, 애착이 갔다. ‘정만인’은 권력자 뒤에 숨어 마음을 조종하는 사람이다 보니 정적이다. 감독님께서 관객들을 기분 나쁘게 긁으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내 말투보다 더 소리를 좁혔다. 시선 처리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뒤를 바라보는 방법을 택했다”고 연기적으로 신경 쓴 점을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명당’은 ‘박재상’, ‘흥선’(지성), ‘김좌근’, ‘김병기’(김성균), ‘초선’(문채원), ‘구용식’(유재명), ‘헌종’(이원근) 등 일곱 캐릭터가 땅을 토대로 얽히고설켜 있다. 박충선은 영화 속 자신이 열연한 ‘정만인’은 이들을 혀로써 엮는 캐릭터로 분석했단다.
“인물들 간 권력 다툼이 어떻게 보면 ‘정만인’의 혀끝에서 시작된다. 욕망으로 인한 대립 과정을 말로만 뒤에서 엮는 사람인 거다. 그게 ‘정만인’의 힘인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정만인’을 유리한대로 움직이는 비열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자기 철학이 강한 사람 같았다. 악역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객관적으로는 악이겠지만, 다들 날뛰어봤자 내 손아귀 안에 있다 느낌으로 풀고 싶었다. 말로만 움직이니 빈틈이 생기면 캐릭터가 흔들릴 것 같아서 단단하고자 집중했다.”
무엇보다 박충선이 ‘김좌근’ 역의 백윤식과 신경전을 벌일 때는 숨이 막힐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그는 ‘김좌근’과는 다른 결의 캐릭터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알렸다. “‘김좌근’이 능구렁이라면, ‘정만인’은 독사 같으면 좋겠다 싶었다. ‘김좌근’이 식칼이라면, ‘정만인’은 회 뜨는 사시미 같다고 할까. 같은 악이라고 통칭을 할 수 있겠지만 부딪히지 않나. 색깔이 비슷하면 뭉뚱그려지니 그 차이를 가지려고 이미지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명당’ 개봉 후 박충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찬사가 쏟아졌다. 박충선은 얼떨떨하다며, ‘명당’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영화 작업 후 가족 및 지인들에게 보라고 홍보한 건 처음이다. 많이 봐주길 바랐다. 나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들려 다행이다. 와이프도 이런 배역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줬다. 그동안 소시민 역을 주로 해 다양성 면에서 축소됐는데, ‘정만인’ 캐릭터로 기회가 늘어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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