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장르드라마의 벽은 지상파 채널에게 너무 높았다.
지난 10월 31일 KBS2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연출 이재훈, 강수연/ 극본 한지완)이 종영을 맞았다. 혐오와 분노가 만연한 사회, 비인간적인 잔혹 범죄가 이어지고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자살률.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내기 위해 ‘악령’이라는 소재를 이용, 매회 파격적인 전개를 이어가던 ‘오늘의 탐정’은 KBS가 ‘러블리 호러블리’에 이어 내놓는 호러 드라마였기에 큰 기대를 모았다. 본격적으로 장르드라마에 도전하겠다는 KBS의 의지가 돋보였다. 방송 이후 장르드라마의 특성상 마니아층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고, 색다른 전개로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호평이 시청률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방송된 ‘오늘의 탐정’ 31회, 32회가 기록한 시청률은 각각 전국기준 2.3%와 2.1%.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 중 가장 낮은 성적의 시청률이었다. 대개 종영을 맞이할 때면 시청률이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러한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종영을 한 주 앞둔 지난 10월 25일 방송에서 ‘오늘의 탐정’은 1.7%의 자체최저시청률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비단 이는 ‘오늘의 탐정’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일 종영을 맞았던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역시도 장르드라마의 한계를 역력히 내보였다. 자체최고시청률 6.2%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던 ‘러블리 호러블리’는 종영 당시에는 2.9%(31회), 3.3%(32회)의 시청률을 기록해야만 했다. 또한 지난 9월 24일 방송된 25회, 26회는 각각 1.0%, 2.2%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평균 시청률로 환산하면 1.6%. 이는 KBS2 ‘맨홀’이 기록했던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인 1.4%와 0.2%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성적이다.
물론, 그간 KBS가 도전했던 장르드라마들이 모두 낮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다. 추리를 중심으로 둔 ‘추리의 여왕 시즌2’의 경우 지난 2월 28일 첫 방송부터 4월 19일 종영까지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려냈다. 4.7%까지 시청률이 하락한 경우는 있었어도 종영 당시에는 7.8%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로봇 휴먼극을 지향했던 ‘너도 인간이니?’ 역시 9.9%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에는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종영 당시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다면 문제는 장르드라마가 아니었다.
‘러블리 호러블리’와 ‘오늘의 탐정’이 지향했던 장르는 바로 ‘호러’. ‘러블리 호러블리’는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조합한 ‘호러맨틱’ 장르를 지향했고, ‘오늘의 탐정’은 호러 스릴러 장르를 지향했다. 결국 호러의 장벽이 너무 컸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호러 장르가 소비되는 여름 시즌을 지나 방송됐다는 점도 한계라는 비판. 하지만 ‘오늘의 탐정’과 동시기에 방송된 OCN ‘손 the guest’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지난 9월 12일 첫 방송 당시 ‘손 the guest’가 기록한 시청률은 전국유료플랫폼가구 기준 1.6%. 하지만 나날이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렇게 '손 the guest'는 지난 10월 31일, 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10시 시간대의 ‘오늘의 탐정’보다 케이블TV 11시 시간대인 ‘손 the guest’가 오히려 더 높은 시청률을 내보였다. 둘 모두 호러 장르였다는 점에서 비교지점이 생겨났다. 장르를 어떻게 그려내는가의 차이. ‘오늘의 탐정’은 지상파 10시 시간대 드라마의 한계상 높은 수위의 장면을 그려내지 못했지만 ‘손 the guest’는 좀 더 높은 수위의 잔혹함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 결국 시청자들은 장르적 특색에 충실한 ‘손 the guest’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다면 KBS의 호러 장르 도전의 실패 원인을 다소 엿볼 수 있게 된다. 장르드라마의 특색을 오롯이 녹여내지 못했다는 점. 결국 이는 공영방송이 취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케이블 채널과 공영방송의 표현 수위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KBS는 공영방송의 수위 안에서 적절하게 표현되어야 하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안을 찾고 나면 다시 씁쓸함이 밀려온다. 결국 KBS는 한계 안에서 도전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것. 장르드라마가 각광을 받고 있는 시점에 모든 지상파 채널들의 고민이 나날이 커져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상파 채널의 이러한 한계가 결국 드라마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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