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②]에 이어) 단단한 경계는 우연과 소통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장률 감독의 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이러한 경계는 재중동포인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 감독이 가지고 있는 시선이 오롯이 담긴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또한 마찬가지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고 다시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갔다면 조선족이 되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영화.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 말은 그간 경계에 대해 이야기했던 장률 감독의 영화들을 완전히 관통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을 만난 장률 감독은 이처럼 자신의 영화 속에서 계속해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조선족이라고 하고 역사문제라고 하면 대개 관점의 문제로 간다”며 “정치 관점, 항의하고 집회하는 걸로 가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실제 소통이 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비주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률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파출부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제로 조선족 아주머니들은 대개 파출부 아니면 식당에서 일하고 계신다”며 “그래서 일상 속에 녹이듯 조선족 가정부 아줌마를 등장시켰다. 그렇다고 조선족에 대해서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는 건 없다. 그저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소통이 잘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는 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경계는 조선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도 포함됐다. 특히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 대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폭을 더욱 넓힌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장률 감독은 “우리의 일상에서 술 먹고 있는데 옆 상에 일본 사람이 있으면 욕하고 그런다”며 “하지만 일본 사람이 죄인이 아니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으니깐 어색한 부분들을 피한다. 항의나 집회 또한 역사 문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같이 가야 한다. 이러면 소통이 되구나 그냥 순전히 일상이 보여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 모든 경계가 우연성 위에 있기에 참으로 덧없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나 이러한 경계에 대한 특징을 올곧게 보여주고 있는 장치다. 장률 감독은 이러한 조선족, 재중동포와 같은 경계에 대해 “그 틀을 깨고 보면 많은 게 우연성”이라며 “예전에 제가 베이징에 살 때 동네에 한국 사람이 살았는데 ‘애들이 다 중국학교 다니고 중국말을 잘 하는데 계속 여기서 살면 어떻게 되겠느냐’해서 ‘조선족이 되겠죠’라고 농담을 했던 적이 있다. 결국 경계는 우연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장률 감독은 “그런 우연한 것을 서로 알면 편해진다”며 “그래서 어떻게 보면 비주류 소수자도 우리의 일상, 주류의 일상과 어떤 관계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 간의 소통이 너무너무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소통하지 않고 서로의 장벽을 계속해 쌓아올리는 것. 경계는 그렇게 두터워지고 서로간의 앙금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장률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연을 말하며 이 거대한 담론의 벽을 허물어버린다.
그렇다면 영화와 문학의 경계는 어떻게 풀이될까.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과 장률 감독의 영화가 스토리 중심이 아닌 시적으로 풀어진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지점. 지향하고자 했던 문학과 영화의 결이 이토록 달라지는 점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영화의 리듬과 소설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문학 안에서 영화가 제일 가깝다고 하는 것은 시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스토리 위주로 거의 간다. 그런데 영화는 실물을 찍는다. 실물을 찍으면서 그 스토리를 강조한다고 하면 소설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간 수많은 시적인 영화들을 만들어오며 경계와 관계, 그리고 우연에게 대해 얘기해왔던 장률 감독. 장률 감독은 “나는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열심히 상업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이라고 지칭했다. 관객들에게 사탕 같이 달콤한 장면을 건네는 영화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꿋꿋하게 전달하며 관객과 대화하고자 한다는 장률 감독. 이는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었고, 시네아스트 장률이 가진 희망이자 영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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