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영화의 안정감은 찾았으나 기발한 재치들은 반감됐다.
영화 ‘은혼’의 출발은 만화 혹은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소위 ‘일본 실사 영화’의 범주 안에서부터였다. 그간 ‘일본 실사 영화’들이 그저 원작을 영화로만 만든다는 것에 치부해 영화적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 ‘은혼’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농담과 같은 이야기, 서브 컬쳐적인 요소들을 적절하게 영화 속에 우려내어 관객들을 찾아왔다. 마치 영화 ‘데드풀’을 연상시키는 농담들이 무수하게 쏟아졌으며, 저작권을 무시하는 듯 여기저기 무수한 대중문화 패러디들을 녹여내 그야말로 ‘큰 웃음’들이 객석들에서 터뜨려졌다.
물론, 일본 실사 영화들이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는 원작 코스프레의 ‘복사-붙여넣기’는 그대로 답습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은혼’은 이러한 시도 자체를 ‘자가 디스’하며 꽤 신선함을 안기기도. 또한 극 중 등장하는 사카타 긴토키 역의 오구리 슌과 카구라 역의 하시모토 칸나 등 배우들의 곁텍스트까지 과감하게 영화 안으로 끌어오며 ‘은혼’은 지난해 개봉 당시 일본에서 누적 흥행수입 38억 엔을 돌파, 실사영화 1위의 성적을 기록하는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원작’ 팬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 효과였다.
만화를 영화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은혼’은 원작의 울타리를 전혀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이하 ‘은혼2’)에도 그대로 전이됐다. 분명 1편과 동일한 유머 체계를 가졌고, 1편 개봉 당시 제기됐던 스토리의 난잡함과 액션장면의 조악함 등을 보완했지만 오히려 신선함은 반감이 됐다. 똑같은 유머가 반복되면서 그 빛을 잃어간 것. 이런 지점에서 ‘은혼2’는 원작이라는 울타리에 더불어 1편의 울타리 안에 더 속박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려다보니 패러디물이 가지는 조악한 ‘B급 감성’의 기발함이 반감됐다.
결국 ‘은혼2’는 ‘스파이더맨2’(감독 샘 레이미), ‘다크나이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와 같이 코믹스를 원작으로 해 속편까지 제작된 영화들과 달리 영화 그 자체의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계속해 원작에서 등장한 유머에 기대거나, 이미 1편에서 그 효과를 다해버린 패러디 요소, 유머 요소에 등을 기대려한다. 물론, ‘은혼2’의 이야기는 탄탄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던 ‘은혼’과 달리 ‘은혼2’는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이라는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생기니 영화 또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어떠한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내는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은혼2’의 보완된 액션 만큼은 강점으로 작용한다. 전편과 동일하게 오구리 슌과의 인연으로 장재욱 무술감독이 참여했다. 장재욱 무술감독은 ‘안시성’, ‘리얼’, ‘꾼’의 액션씬을 만들어낸 인물. 다소 전편에서는 유머에 중심을 맞추다보니 장재욱 무술감독의 액션씬이 주류를 차지하지 못한 반면, ‘은혼2’에서는 안정감 있는 이야기에 발맞추어 장재욱 무술감독 특유의 강렬하고 유려한 액션들이 영화 곳곳에서 꽤 매력있게 숨을 쉰다. 더불어 ‘매드 맥스’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열차 추격씬은 관객들에게 꽤 많은 눈요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편과는 비교해 재기발랄한 B급 유머들이 상쇄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은혼2’는 여전히 만화 ‘은혼’의 세계관에서 전달됐던 재미를 효과 있게 영화에 녹여낸다. 지난 11월 30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며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하찮은 작가성은 내버리기로 생각했다”고 이야기한 후쿠다 유이치 감독. 이로 인해 원작의 색채는 영화 속에 가득하게 묻어나오지만 ‘실사 영화’의 범주를 깨버리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 ‘변태가면’으로 B급 유머 정서를 제대로 펼쳐냈던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관객들은 더 이상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며, 그저 원작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배우가 만화 속 대사 그대로를 읊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관객들은 오히려 영화적 세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원작 속 캐릭터들을 만나기 원한다. ‘은혼2’는 이러한 지점에서 여전히 만화와 소설 원작의 아우라에 기대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본 실사 영화계에 대한 씁쓸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변태가면’의 감독이 그리는 ‘은혼’의 세계는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니 말이다.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은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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