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히치하이크' 포스터
사진=영화 '히치하이크'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포기하면 과연 편하기만 할까.

열여섯 살 소녀 정애(노정의)는 친구 효정(김고은)과 함께 각자의 친엄마, 친아빠를 만나러 가는 기묘한 여행을 떠난다. 편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그래서인지 일찍이 세상을 알아버린 듯한 정애. 계속해서 난관들이 정애의 앞을 가로막지만 정애는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포기하면 편해’라고 힘 빠지는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값진 기적에 대한 희망만이 정애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다. 그러던 중 정애는 효정의 친아빠로 의심되는 현웅(박희순)을 만난다.

영화 ‘히치하이크’는 단편 ‘복자’와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를 연출한 정희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며 산다는 건 어디에서 시작될 수 있고 언제부터 가능한 일일까?”라는 정희재 감독의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는 ‘히치하이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됐고, 제14회 유라시아국제영화제에서는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와 분위기는 근래의 한국 독립영화계가 내놓는 작품들과 그 결을 같이 한다. 지독한 생활고와 아무런 지원조차 없는 사회, 그리고 편부모의 아픔까지, 최근의 독립영화들이 계속해 제시하는 설정들이다. 그렇기에 ‘히치하이크’ 또한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철저한 현실의 고통을 전이시킨다. 하지만 ‘히치하이크’는 영화 곳곳에 아기자기한 유머들과 신선한 인물들을 설정하면서 환기를 할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

사진=영화 '히치하이크' 스틸
사진=영화 '히치하이크' 스틸

‘히치하이크’는 마지막까지 무거운 분위기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자신들의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소녀의 모습을 들떠있고, 힘든 고난이 다가오지만 끝까지 이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는 배추를 셀 때만 쓰는 거야’라는 철없는 농담도 없다. 어디까지나 영화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정애에게 다가오는 상황은 정말 현실에서도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이기 때문. 특히 영화 중반부에서는 현실 속 사건을 직접적으로 연상케 만들기도 한다.

정애가 친구의 친아빠로 의심되는 현웅의 집에서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는 부분은 묘한 긴장감과 공감을 낳기도 한다. 경찰이지만 자신의 아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을 구해내지 못하는 현웅의 모습이, 암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남은 가족을 힘겹게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아빠 영호(김학선)와 닮은 구석으로 정애와 관객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점 하나는 그럼에도 현웅은 ‘가족’을 이루고 있다는 것. 희망 앞에서 결핍은 더욱 부각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결핍을 극복해, 희망을 맞아야 한다.

사진=영화 '히치하이크' 스틸
사진=영화 '히치하이크' 스틸

어린 소녀 정애의 아이러니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노정의는 전작인 ‘소녀의 세계’보다 더 성숙해진 연기를 내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 생활로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영화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최근 김향기, 유승호, 김유정 등의 아역 출신 배우들이 충무로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연 노정의가 성인 배우로 성장했을 때 어떤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기대까지 품게 만든다.

노개런티로 영화에 참여했다는 박희순의 연기도 일품이다. 힘이 강하게 들어간 인물이 아닌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지는 현웅은 최근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박희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더 강렬하게 인물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이러니도 ‘히치하이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다. 이외에도 김고은, 김학선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또한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히치하이크’는 결국 ‘포기하지 않아야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뚜렷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영화를 곱씹게 만드는 재미를 상쇄시킨다는 약점도 가진다. 허나 영화가 던져주는 ‘희망의 위로’는 큰 보석이다. 어찌 보면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이것이 ‘히치하이크’가 근래의 독립영화와 차별성을 가지는 특별함이다. 과연 이러한 특별함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훈훈함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늘(14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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