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조금씩 새어나오는 웃음들이 장점과 단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왕년에는 잘 나가는 성우였지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성우 광덕(김정팔)과 성우 은퇴를 선언하고 여배우로 전향했으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은아(김민주), 성우 공채에서 수없이 탈락하고 1인 방송을 통해 더빙 아티스트로 거듭난 민수(이이경) 그리고 너무나 독특한 성격 탓에 찾는 이가 드물어지는 성우 유리(문지인)가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게임 오프닝 애니메이션 더빙을 단 하루 만에 끝내야한다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 돈 하나 보고 이 모든 인물들을 모으기는 했다만 당장 이 무리한 상황에 또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광고주 강팀장(배유람) 덕에 박대표(박호산)의 머리도 깨질 것 같다. 강팀장과 이감독(연제욱) 사이의 트러블은 계속해서 심해져 가고 박대표는 어떻게든 이번 프로젝트만 성사시키기 위해 난관 같은 상황을 헤쳐 나간다.
영화 ‘뷰티풀 보이스’의 상황은 이처럼 꽤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든 더빙 프로젝트를 완성하자’라는 힘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언제나 갈등은 도사리고 있고, 이에 점점 프로젝트의 방향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프로젝트 따라 영화의 내용도 산으로 간다. 딱 봐도 평범하지 않다. 과연 이렇게 영화가 흘러가도 되나 싶다.
그러나 ‘뷰티풀 보이스’는 이 대환장 파티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각종 패러디, 인터넷 밈, 아재개그 등을 모두 영화 속에 쏟아 붓는다. 박대표가 날리는 아재개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기고, 패러디들과 인터넷 밈은 적재적소에 가미되어 웃음을 자극한다. 다만 해당 요소를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웃음의 기회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영화의 유머가 다소 원초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다는 점, 몇몇 장면들에서는 작위적인 요소들이 돋보이기도 하는 등의 단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뷰티풀 보이스’는 유쾌하다. 또한 패러디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알고 있는 영화라는 점이 장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장점들이 단점까지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나 공감만큼은 확실하다. 누군가에게는 ‘갑(甲)’인 인물이 또 다른 ‘갑(甲)’에게는 ‘을(乙)’이 된다는 현실, 꿈을 위해 자존심까지 굽혀야 하는 현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위해서는 결국 침묵해야만 하는 현실 등이 리얼리티 있게 그려진다. 또 이를 기존의 상업영화 문체처럼 감정적으로 그려내기보다 독특한 개성으로 녹여낸다는 점은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드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그간 많은 작품 속에서 남다른 코믹 연기를 선보여 왔던 이이경은 ‘뷰티풀 보이스’에서도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박호산은 극의 중심에서 유머와 감정 연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숙함을 내보인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김정팔이다. 오랜 세월동안 공력을 쌓아온 만큼 어떤 장면에서도 자신의 뚜렷한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뷰티풀 보이스’의 매력을 높인다.
영화의 원제는 ‘하쿠나 마타타 폴레폴레’다. 스와힐리어로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의미를 가진 긍정의 마법 주문이라고. 그만큼 영화는 유쾌하고 통쾌하다. 그러나 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공간성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전개 전략이 부재 한다는 점은 아쉽다. 신선함과 한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뷰티풀 보이스’다.
“우리의 삶 속의 다양한 곳에서 성우 분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데, 막상 그들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성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는 다양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는 김선웅 감독. 성우라는 색다른 소재를 이용해 첫 장편 데뷔를 이뤄낸 김선웅 감독이 ‘뷰티풀 보이스’를 통해 전해주고자 했던 공감과 웃음이 관객에게 완벽하게 가닿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늘(22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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