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팝인터뷰①]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부터 ‘기생충’이 완성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배우 박소담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기생충’은 이상한 영화다”라는 말을 남긴 봉준호 감독의 말은 의아함을 자아내게 만든다. 본인이 만든 영화를 두고 ‘이상한 영화’라는 말을 남긴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상한 영화’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지난 30일 개봉 당일 약 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영화 속에서 기택(송강호)의 딸 기정으로 출연하며 처음으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박소담. 그녀는 봉준호 감독의 이러한 표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31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소담은 이러한 질문에 “감독님은 항상 이상하다고 하신다”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보는 것 자체를 쑥스러워하신다”고 얘기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 박소담은 ‘기생충’에 대해 “저희가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는데 너무 행복하다가도 기분이 안 좋아지는 순간들이 있고 그 반대의 순간들도 있는데 그런 순간들을 담아내신 것 같아서 너무나 놀랐다”며 “131분이라는 시간 안에 이러한 많은 이야기를 담아주셨다는 게 놀랍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게 됐을까. 이에 대해 박소담은 “첫 만남은 ‘옥자’부터였다”며 “미자 역을 찾고 계실 때 제 사진을 보시고 ‘이 친구라면 10대 중반 역할이 가능하겠다’ 했다가 부르고 보니 나이가 많아서 미자가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미자 역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이왕 왔으니 차라도 마시고 가세요’라고 하셨다”고 얘기했다.
차를 마시며 영화와 관련 없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는 박소담. 이후 꽤 시간이 흐르고 봉준호 감독이 다시 한 번 박소담에게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로 ‘봉준호 감독님이 소담 씨를 만나고자 한다’는 문자 왔다. 당연히 못 믿고 답을 안 했다. 이후에 진짜라는 연락이 왔고 감독님을 직접 만나니깐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느냐’고 하더라. 하하.”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봉준호 감독. 하지만 당시에는 ‘기생충’이라는 제목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캐스팅도 송강호 역할만 확정이 난 상황이었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이라는 이름만 믿고 박소담은 ‘기생충’이라는 배에 승선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나중에 거절해도 된다고 했는데 저는 거절할 생각이 1도 없었어요. 하하.”
근데 또 문제가 생겼다. 이후 봉준호 감독과 두 달 동안이나 연락이 끊긴 것. 당시를 회상하며 박소담은 “두 달만에 연락이 오고 감독님께 ‘감독님 솔직히 저 불안했어요’라고 말을 했었다. 갑자기 제가 연락을 하지는 못할 상황이었고 감독님도 시나리오 쓰시느라 바쁘셨다더라”며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나오고 오빠 역인 최우식 배우를 만났다”고 얘기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기생충’의 시나리오. 당시 처음으로 대본을 읽고 박소담은 “시나리오가 너무 술술 잘 읽혔고, 어떻게 이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으셨지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빨리 같이 하는 분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빨리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얘기하기도. 운명처럼 다가왔고, 이 운명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인연이었다.
이후 촬영을 하면서는 봉준호 감독의 존재 자체에 대한 거대함을 느끼게 됐다는 박소담은 봉 감독에 대해 “내가 저 분의 에너지를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셨다”고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처음에는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함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촬영을 하면서는 “(이)선균 오빠의 표현처럼 그냥 정말 편한 동네 형처럼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좋았다”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오밀조밀했고, 그렇기에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난 뒤 모든 배역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함이 넘쳤다는 ‘기생충’. 박소담은 그렇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고, 그야말로 다시 경험하지 못할 현장에 빠져 들어갔다. 마치 영화 ‘기생충’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는 관객처럼, 박소담은 ‘봉준호의 세상’으로 빠지게 됐다.
([팝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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