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독립운동 소재를 들고 오되 새로운 패러다임인 승리의 역사로 접근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작품.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의 원신연 감독의 신작으로, 봉오동 전투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독립을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다룬 경우는 많았지만, 이름 없는 영웅들을 들여다본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의미가 있다. 어제 농사짓고, 마적질 하다 오늘 독립군이 돼 이름 모를 영웅으로 목숨을 바쳐 싸운 이들의 승리를 담은 것.
당시 사료가 거의 없지만, 남은 자료들과 전문가들을 통해 독립군의 첫 승리를 최대한 사실대로 구현하고자 했다. 이에 캐릭터보다는 시대 그 자체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까지 달리고 또 달려 일본군을 유인하고 승리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손에 땀을 쥐게끔 쫄깃하게 그려냈다.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스펙터클한 볼거리까지 완성됐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무겁게만 풀지 않았다. 유해진, 조우진을 통해 유머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긴장감과 웃음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전쟁 영화로써도 충분히 전율이 흐른다. 기교가 아닌 기록에 충실했기에 더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캐릭터보다 시대에 집중했음에도 캐릭터 역시 매력적인 건 배우들의 진정성을 쏟아부은 열연 덕분이다.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은 실제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인물 같은 완벽한 싱크로율로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또 유해진의 칼 액션, 류준열, 조우진의 총기 액션은 통쾌함을 안겨준다. 특히 유해진은 인간미 넘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류준열은 유해진, 조우진에 비하면 단면적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흔들림 없는 우직한 모습으로 여심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조우진은 유해진, 류준열 사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여기에 최유화, 성유빈, 이재인, 일본 배우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코 코타로 등이 극을 한층 더 묵직하게 채워넣었다. 카메오들의 활약 역시 눈부시다.
물론 캐릭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은 만큼 인물 간의 드라마 면에서는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승리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의도에 초점을 맞추면서 암울한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독립군의 첫 승리에서 오는 속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출신 지역도, 계층도, 성별도 다르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끝까지 저항하고 맞서 싸웠던 독립군들의 모습은 먹먹한 울림을 전한다.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이자 승리의 역사다. 목숨을 걸고 싸운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끊임없이 해야 하고, 이야기를 함으로써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 기획했음에도 현 시국과 맞아 떨어지게 된 ‘봉오동 전투’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7일).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