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안태현 기자] 투박하지만 진심을 담은 손 편지의 감성이 담겼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멜로영화다. 특히 가파르지 않고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멜로 영화는 근래의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작품이기에 더욱 반갑다.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이니, 그럴만하다 싶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독특한 구석도 많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이어지는 커플의 긴 연대사를 그리는가하면, 그 중심에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고 종영을 맞은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위치해있다.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인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지 모호할 정도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면 라디오는 뒷전이 된다.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저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사랑을 나누는 교두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실,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갈등도 없고, 이에 가파른 해소도 없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 평지가 나오고 시원한 내리막길도 있는 느낌이다. 담백하지만 그렇기에 심심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단점을 채우기 위해 ‘유열의 음악앨범’은 추억을 도구로 삼는다. 라디오가 두 사람의 사랑 중심에 놓여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맞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상황만 맞느냐, 시대도 맞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이어지는 추억의 음악들을 흐름에 따라 듣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또한 과거 추억의 스타텍 휴대폰, PC통신 등이 등장하면서 이 향수는 더욱 강렬해진다.
다만 이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를 짙게 풍기는 것은 관객들에게 이미 너무나 익숙하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 이유다. 그렇다면 이 익숙함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 정지우 감독은 이를 위해 단순히 미수와 현우에게 만남과 이별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청춘의 고민까지 부여했다. 그 시절, 또 그 나이라면 고민할만한 걱정거리들이 이들의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
그러면서 ‘유열의 음악앨범’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꿈을 버리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미수, 그런 미수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과거의 상처들이 계속해서 현실까지 파고드는 현우. 두 사람의 모습은 2019년을 살아가는 어떤 청춘들도 쉬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다. 그만큼 미수와 현우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김고은과 정해인의 연기력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자칫 잘못해 ‘유열의 음악앨범’은 단순히 김고은과 정해인이 그려내는 청춘을 담아낸 단순한 영상화보와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시키지만 영화를 만나는 관객들마다 호불호가 강하게 나뉠 수도 있다. 특히 현우의 상처가 그려지는 부분은 남성시각으로서의 공감이 더 커 남성 관객들에게는 공감을, 여성 관객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할 요소이기도 하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멜로 영화를 다시 만나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심심하다는 점에서는 엇갈린 평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관객 스스로가 어떤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호불호가 심하게 엇갈릴 수 있다. 또한 멜로의 감성도 강하지만 추억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중심에 놓여있다는 점도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휴대폰이 없었던 시절의 멜로를 그려보고 싶었다”는 정지우 감독. 그렇기에 ‘유열의 음악앨범’은 손 편지와 같은 영화다. 꾹꾹 정성스럽게 눌러 써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 상대방에게 닿기 원하는 마음. 투박할 수도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손 글씨만의 매력도 존재한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가진 이 매력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늘(28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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