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감독/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김주호 감독/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웃음·진지함 중간 지점서 수위 조절했다” 지난 2012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름 극장가를 유쾌한 웃음으로 물들이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김주호 감독이 7년 만에 신작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내놓았다. 이번 작품 역시 팩션 사극 장르인 가운데 세조실록에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더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김주호 감독은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현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3년 정도 준비한 작품이 엎어지면서 컴백이 오래 걸리게 됐다. 연이어 팩션 사극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오래 매달렸던 작품을 접은 상태에서 바로 들어온 시나리오였다. 세조실록에 나와 있는 이적현상 자체도 신기한데 만약 이걸 누군가가 조작한 거였다면이라는 상상력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출발하게 됐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김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되면서 처음 시나리오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김주호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원래 광대들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생육신 중 한 명의 아들이 주인공이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게 원래 시나리오의 골자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거대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구상하려니 배경이 없더라. 전문가들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재주 가진 사람들인 광대를 떠올리게 됐다. 그렇게 싹 다시 쓰게 됐다.”

무엇보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 속 40개의 이적현상과 우리에게 친숙한 야사들 중 몇 개를 발췌해 스크린에 구현했다. 이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물 같아 흥미롭다.

“세조실록에 있는 40개의 이적현상을 다 들춰봤더니 꽃비, 황운 등 패턴이 비슷하게 반복되더라. 비슷한 시기 안에서 가장 점진적으로 사이즈가 커져나가는 에피소드로 추렸다. 대미를 장식할 현상을 먼저 세팅하고 앞에 작은 걸 또 그 앞에 더 작은 걸 놓아 상승곡선을 그리도록 완성했다.”

이어 “정이품송 등의 야사는 많이들 알고 있으면서도 세조 때 이야기인 건 나를 비롯해 생각보다 잘 모르더라. 세조 때 뭔가 있긴 있었구나 싶었다. 쿠데타 일으켜 정권을 잡다 보니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역사 왜곡 조작은 필수이지 않을까 싶었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적현상, 야사를 스크린에 옮겨오는 것은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호 감독/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김주호 감독/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이적현상, 야사는 CG를 통해 표현되다 보니 사극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녹여내야 했다. 그러면서 자칫 하면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위험 역시 존재했다. “고창석은 사극 SF라고 표현하더라. 나 역시 이런 장면들이 관객들의 상상력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고, 고민도 제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경험도 있고, 진지한 정통 사극과 달리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여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가벼운 코미디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유머요소는 초반부 살짝 등장하고 진지한 톤이 강한 것. 이조차 김주호 감독의 철저한 계산하에 설계됐다.

“사실은 알고 보면 진지한 영화다. 코미디 요소는 관객들이 무거운 이야기에 편안하게 진입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조금 넣은 거다. 영화의 메시지가 핵심이고, 디딤돌 역할로 유머코드를 조금 넣어야 했다. 아예 진지하게 혹은 막 웃기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닌, 그 중간 지점 적정선에서 수위를 조절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유쾌한 웃음 속 한 번쯤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시각, 청각적으로 사극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장르라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매일 보는 뉴스, 여론들이 무조건 믿어야만 할 것인지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표현되는 게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나아가 매일 보고 있는 뉴스와 여론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다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진심을 잘 캐치해주시길 바란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