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사진=황지은 기자
허진호 감독/사진=황지은 기자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 상상력 더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허진호 감독이 신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통해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가 아닌 벗으로 접근, 한 편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사극을 완성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허진호 감독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장영실’이 역사에서 왜 사라지게 됐는지 궁금증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제의 받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나도 ‘세종’, ‘장영실’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알고 있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장영실’이 왜 역사에서 사라진 건지, ‘세종’이 벌인 일일지 등 이러한 질문들을 해나가다 보니 ‘장영실’이 사라진 시기와 한글 반포한 시기와 근접하더라. 그런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갖고 만들게 됐다.”

이어 “영화적인 상상력이라고 해도 자료에 의해 나왔다. ‘세종’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중용을 하지 신하를 버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심지어 ‘장영실’은 가깝게 두고 신뢰했던 사이고 조선의 시간을 처음 알게 하는, 엄청난 일을 하지 않았나. 안여사건 갖고 그냥 내치지 않았을 거다 싶었다. 자료 조사를 해보니 인쇄에 있어서 큰 공헌을 하기도 했더라. ‘장영실’이 만들었던 천문기기들은 외세 상황들을 봤을 때는 오늘의 핵 기술 같았을 거다. 충분히 위협적인 인물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서로를 끔찍이 위하는, 훈훈한 우정을 조명해 겨울 극장가를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이는 한석규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때 한 상상력 덕분이었다.

“한석규와 말하면서 자신은 ‘장영실’을 벗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하더라. ‘세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거다. ‘장영실’의 입장에서는 관노인 자신을 믿고 직책까지 준 임금이지 않나. 실제 자료에도 ‘세종’은 ‘장영실’을 내관과 같이 곁에 뒀다더라. 두 사람이 꿈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 거다. 나 역시 한석규의 그런 생각이 되게 좋다 싶었다.”

대학교 선, 후배로 여전히 돈독하게 지내고 있는 최민식, 한석규가 각각 극중 ‘장영실’, ‘세종’으로 분해 두 캐릭터의 케미가 한층 더 빛났다. 이들은 촬영장에서 더 ‘세종’, ‘장영실’스럽게 장면들을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세종’과 ‘장영실’이 나란히 누워 별을 보는 장면은 한석규가 만든 거다. 원래 같이 걸어가는 장면이었는데, 처음에는 앉아서 하고 싶다고 하더니 누우면 어떨까 제안하더라. 괜찮나 싶었는데 실제 누워 보니 왜 그런 느낌을 한석규가 고집했는지 알겠더라. 군신의 관계보다는 더 넓고 깊은 관계에 대해 잘 묘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영실’이 옥사에서 나와 ‘세종’과 독대하는 장면 역시 둘이서 만들었다. 나 역시 관객으로서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컷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감정들이 되게 좋았다.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허진호 감독/사진=황지은 기자
허진호 감독/사진=황지은 기자

뿐만 아니라 허진호 감독은 극 초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를 다르게 했다면서 관객들에게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따뜻함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초반부는 ‘세종’, ‘장영실’이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밝고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반부는 ‘장영실’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묵직하다. 우리 영화는 추리극 같은 재미와 조선시대 과학기술이 실현되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세종’과 ‘장영실’의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동화 같다고 생각한다. 하하.”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