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정진영이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는 신선한 작품으로 감독 첫 발을 내딛었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려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과 정진영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연출을 맡은 정진영 감독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연극하면서 배우를 했다. 성인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고 20여 년 전 연출 막내를 하긴 했지만 영화 연출로 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고 꿈을 접고 살았다"고 감독 데뷔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어 "4년 전 쯤, 50이 넘은 뒤 능력이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얘기를 소박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걱정과 염려, 무서웠던 건 망신당하면 어떡하지 했던 족쇄였다. 그런데 '망신 당할 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시나리오를 쓴 건 2017년 가을, 겨울이었다. 벌써 3~4년이 됐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개봉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썼다. 연출 후반 작업은 작년에 해 잊고 있다가 개봉 때가 되니 '왜 이 자리가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걸 생각 안 했지' 싶더라.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가 궁금하고 떨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조진웅은 '사라진 시간'에서 의문의 화재사건 현장을 수사하기 위해 어느 시골 마을을 찾아온 형사 형구 역을 맡았다. 그는 정진영 감독의 말을 들은 뒤 "현역 배우이자 감독님이시지 않나. 첫 번째로 이로운 거는 소통이 잘 된다. 어디가 가려운 지를 잘 아신다"며 "감독이 돼도 소통의 방편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본 정진영 감독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사라진 시간'의 매력에 대해서는 "미묘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말이 돼 이게?' 하는데 세상 말이 되게 사나. 코로나도 말이 되나. 아이러니하다"며 "명제를 두고 뒷받침하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가슴 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거다. 사랑도 다들 하시지만 어디 있나. 그런 느낌이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이게 처음이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수빈은 소도시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이자 아내를 끝까지 지켜주는 남편 수혁에 분했다. 그는 "나이가 40이 넘고 배우로서 어떻게 걸어가야 하나, 계속 걸어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봤는데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재밌는 거 같아'라고 하시더라. 저도 장르가 뭐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건 내 얘기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공감갈 수 있는 터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꿈꿔오셨던 꿈 속 일부분이 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럽다"고 정진영 감독의 연출 데뷔작에 함께 해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정해균은 수혁과 이영 부부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의뭉스러운 마을 주민 해균에 분한다. 그는 "저는 뭔지도 모르고 하게 됐다. 이게 말려드는 거였다. 그랬다가 후회 많이 했다"고 웃음지었다. 덧붙여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믿고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쫑파티 때에도 다들 '무슨 얘기이지?' 했다"며 "감독님이 꼼꼼하게 잘 챙겨주셔서 몰입을 잘 되게 해주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진영 감독은 이 영화만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 전에 먼저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버렸다. 익숙한 관습들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더라. 그걸 버린 뒤 내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눈치를 안 보고 싶었다. 낯설음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시나리오를 구상한 계기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한 내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규정한 나와 왜 충돌할까,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화의 장르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하나의 장르에서 볼 수 없다고 본다. 호러에서 코미디, 멜로, 판타지였다가 선문답으로 끝난다. 선문답을 던져서 그 부분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하다. 그 선문답을 던지기 위해 앞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전달하려고 했다. 장르에 대해서 굳이 묻는다면 가장 가까운 건 '슬픈 코미디'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오는 연약한 외로움이라고 본다"고 해 시선을 모았다.
정진영 감독은 또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고 해석이 되서 사라지는 영화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생각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형구가 검은 화면 속에서 나올 때 관객들은 '내가 뭘 본 거지?'라는 생각을 집에까지 가져가시길 바랐다. '나의 정체는 뭐지?'까지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에 대해 밝혔다.
이어 "한 달 안에 찍어서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미약을 먹은 것처럼 행복하고 웃음이 났다. 어려웠던 점은 후반 작업을 하면서였다. 현장에서 구멍이 난 부분들이 있는데 후반 작업에 대해 확실한 작업의 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제가 뭘 알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뭘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시사회를 하고 관객을 만나는 자리가 굉장히 무서운 자리라는 걸 알았으면 여전히 겁 먹은 채 시작 안 했을 거다. 몇 년 전 모르고 용기냈던 저에게 '잘 한 결정 중 하나'라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편 영화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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