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정진영 감독이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본 적 없이 새로운 '슬픈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과 정진영 감독이 참석해 영화 상영 후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2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독립영화제(BAFICI)의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배우 경력 33년 차의 정진영이 감독으로 처음 데뷔한 작품이다.
이 자리에서 정진영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렸을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연극하면서 배우를 했다. 성인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고 20여 년 전 연출 막내를 하긴 했지만 영화 연출로 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고 꿈을 접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전 쯤, 50이 넘은 뒤 능력이 되든 안 되든 하고 싶은 얘기를 소박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걱정과 염려, 무서웠던 건 망신당하면 어떡하지 했던 족쇄였다. 그런데 '망신 당할 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개봉 때가 되니 '왜 이 자리가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걸 생각 안 했지' 싶더라.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가 궁금하고 떨리다"고 긴장되는 마음을 표현했다.
'사라진 시간' 시나리오를 만든 계기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한 내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규정한 나와 왜 충돌할까,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설명하기도.
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표현하기에는 모호한 지점들이 많았다. 그 역시 이 지점에 동의했다. 정 감독은 "하나의 장르에서 볼 수 없다고 본다. 호러에서 코미디, 멜로, 판타지였다가 선문답으로 끝난다. 선문답을 던져서 그 부분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하다. 그 선문답을 던지기 위해 앞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전달하려고 했다. 장르에 대해서 굳이 묻는다면 가장 가까운 건 '슬픈 코미디'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 오는 연약한 외로움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정 감독의 연출 능력에 극찬을 보냈다. 우선 조진웅은 미묘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말이 돼 이게?' 하는데 세상 말이 되게 사나. 코로나도 말이 되나. 아이러니하다"며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이게 처음이다"고 시나리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배수빈은 "내 얘기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공감갈 수 있는 터치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고 정해균은 "저는 뭔지도 모르고 하게 됐다. 이게 말려드는 거였다. 그랬다가 후회 많이 했다"고 하면서도 "감독님이 꼼꼼하게 잘 챙겨주셔서 몰입을 잘 되게 해주셨다"고 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 감독은 기자간담회 내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록의 배우였지만 신인감독이었기에 이 자리는 그에게 새로웠던 것. 그는 "제가 뭘 알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뭘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며 "시사회를 하고 관객을 만나는 자리가 굉장히 무서운 자리라는 걸 알았으면 여전히 겁 먹은 채 시작 안 했을 거다. 몇 년 전 모르고 용기냈던 저에게 '잘 한 결정 중 하나'라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해 눈길을 모았다.
'사라진 시간'은 기존의 영화 관습을 깨고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가득했다. 정 감독이 이번 영화를 만들며 주의를 기울였던 지점 역시 이것이었다. 그는 "자유롭게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전에 먼저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버렸다. 익숙한 관습들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더라. 그걸 버린 뒤 '내가 (감독을)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눈치를 안 보고 싶었다. 낯설음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고 해석이 되서 사라지는 영화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생각하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형구가 검은 화면 속에서 나올 때 관객들은 '내가 뭘 본 거지?'라는 생각을 집에까지 가져가시길 바란다. '나의 정체는 뭐지?'까지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신선하고 재기발랄하게 느껴지는 '사라진 시간'.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정진영이 만들어낸 이번 영화가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영화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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