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컬러로 사극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영화 '박하사탕', '공공의 적', '실미도',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퍼펙트맨' 등을 통해 명불허전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설경구가 신작 '자산어보'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사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레 녹아들어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헤럴드POP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 덕에 사극에 대한 용기가 생겼고, 기회가 된다면 컬러로 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사극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용기가 안 나 미루고 또 미뤘다.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낯선 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사극이 매력적으로 확 와 닿았던 것도 아니었다. '소원' 때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했는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감독님의 모습에서 많이 느낀 게 있었다. 이준익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이번에 사극을 하게 됐다."
이어 "감독님은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장점을 많이 이야기해주신다. 사극이라 익숙치 않은 옷, 수염, 갓에 대해서도 더 오버해서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다. 나이를 먹긴 했으나 그런 칭찬이 용기를 갖게 하더라. 감독님과 첫 사극을 같이 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찍었다. 그러다 보니 낯선 내 모습에서도 자유로워지더라"라고 회상했다.
설경구는 극중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맡아 '창대'로 분한 변요한과 사제지간 호흡을 맞추며 훈훈한 브로맨스 케미를 형성했다.
"큰 틀을 짜지는 않았다. 그때그때 감독님, 변요한과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갔던 것 같다. 큰 틀은 감독님이 갖고 계시고 우리는 그저 순간순간 충실했다. 그런 게 하나하나 쌓여진 것 같고, 무엇보다 감독님이 잘 쌓아주신 것 같다. 브로맨스 케미 비결은 따로 없고 선, 후배가 아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연식이 있다 보니 후배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해서 술자리에서 형으로 부르라고 한다. 그 거리부터 좁히고,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하면 그쪽에서도 다가오고 점점 편해지는 것 같다. 촬영 끝나고도 그 관계가 이어지는 게 좋은 것 같다."
더욱이 설경구가 먼저 캐스팅 된 뒤 '창대' 역에 변요한을 직접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설경구는 '감시자들' 때 처음 본 변요한의 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감시자들'에서 붙는 신은 없었지만, 상견례 자리에서 변요한을 처음 봤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너 눈이 참 좋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게 변요한의 첫인상이었다. 이후 출연작들에서도 눈이 참 인상적이더라. 또 변요한이 낯을 많이 가린다고 들었다. 그런 부분도 나와 비슷했다. '정약전'과 '창대'는 접점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성격적으로 비슷한 사람을 생각해봤다. 감독님께 말씀 드렸고 의중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더니 좋다고 하시더라. 변요한 역시 하겠다고 했다. 함께 해보니 아주 아주 좋았다.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자산어보'는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만들어졌다. 설경구는 디테일을 살려야 하는 현장이었다면서 보다 집중해서 임했다고 돌아봤다.
"감독님께서 흑백 특성상 미술 세팅을 최소화할 거고, 관객들은 배우만 보니 거짓말 하면 다 들킨다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런 말로 배우들을 긴장시키셨다. 물론 모든 영화가 다 집중해서 하지만,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흑백이라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됐고, 어느 순간 흑백인 걸 잊고 했다.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게 흑백이라고 생각하실까봐 걱정도 했는데, 오히려 더 정성을 들인 작업이었다. 디테일을 더 살려야 하는 현장이었다."
특히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서 '자산어보'가 첫 사극인 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을 터. 설경구 스스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애정을 뽐냈다.
"첫 사극이라 큰 의미가 있다. 안 해봤던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거창하게 말씀드릴 것은 없지만, 해봄으로써 한 번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번에는 흑백으로 찍었으니 컬러로 사극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감독님에게도 한 작품 더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컬러로 보이는 사극에서의 내 모습도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좋은 기억을 얻었다. 그동안의 현장 중에서 TOP3에 들 만큼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좋은 기억이 많다."
"'자산어보'라는 제목만 듣고 이게 뭐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받고나서는 내 배역 위주로 봐서 제대로 못봤고, 두 번째는 마음이 깊어지는 걸 느꼈다. 세 번째 봤을 때는 눈물이 좀 나더라. 감독님께 이러하다 말씀 드렸더니 그런 이야기라고 하시더라. 영화가 참 따뜻하다. 이정은이 연기한 '가거댁'이 '나라의 죄인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손님이다'는 대사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데 희망을 갖고 잘 살았으면 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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