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존슨)가 워낙 북미에서 크게 성공하고 있고, 원작 소설 역시 베스트셀러인지라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높았다. 당초 예정된 26일 개봉에 앞서 25일 전야 개봉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젊은 남녀의 밀고 당기는 ‘썸’을 그린다. 그 ‘썸’이 알몸에 채찍을 들고 펼치는 정사와 계약서에 대한 집착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스토리와 차별된 점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모든 것을 다 가진 CEO이자 거부할 수 없는 완벽한 매력의 섹시한 크리스천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와 아찔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여대생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 분)의 본능을 깨우는 파격 로맨스다. 북미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도 이미 제압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살색의 정사가 난무하는 선정적인 남녀의 모습을 담지 않는다. 오히려 세밀한 감정을 살리면서 아나스타샤가 크리스천 그레이에게 빨려 들어가는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이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비슷한 상황이 이어져 늘어지거나 지지부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영화는 스토리에서 아나스타샤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크리스천 그레이와의 계약에 사인하는 여부를 두고 질질 끌고 있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원작의 일부를 영화화한 만큼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특성상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파격적인 두 남녀의 사랑보다 두 사람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풍성함보다 잔잔한 분위기가 먼저 다가온다.

이는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크리스천 그레이의 원칙과 평범한 데이트를 원하는 아나스타샤의 충돌에 대한 관계적 측면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사신 등의 장면은 자극보다 영화 스토리의 필수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온전히 육체적으로 벌거벗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두 사람이지만, 그 어떤 옷보다 두꺼운 옷을 입어 속을 알 수 없는 서로의 경계심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관객을 빠져들게 할 만한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약점이다.

결국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파격 정사의 외형에 멜로를 이야기하지만 달콤하지도 톡 쏘지도 않는 맛을 남겼다. 과연 국내에서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장악한 같은 청불 외화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누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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