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살인의뢰'…피 끓는 김상경·김성균·박성웅의 3色 연기

내 여동생 혹은 아내가 어떠한 원한도 이유도 없이 잔인무도한 사이코패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면 어떨까. 이 처참한 상황을 영화 속에서 배우 김상경과 김성균이 겪는다. 그리고 박성웅이 앞장서서 '피의 만행'을 일으킨다.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는 이 세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 혹은 싸늘함을 뿜어낸 작품이다.

'살인의뢰'는 살인마 강천(박성웅 분)이 수경(윤승아 분)을 납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태수(김상경 분)는 뺑소니범으로 잡은 강천의 마지막 범행 대상이 동생 수경임을 알게 되고, 수경의 남편 승현(김성균 분)이 그를 죽이려하나 실패한다. 동생의 행방을 위해 강천을 계속해서 만나는 태수, 수경이 생각난다는 이유로 태수와 연을 끊은 승현, 감옥에서 사형판결을 받고도 태연한 강천이 3년 뒤 다시 얽히게 되면서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는 끔찍한 살인을 양심의 가책 없이 실행하는 살인마가 자행하는 잔혹함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자신만의 논리적 정당성으로 살인을 행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배우는 박성웅이다.

실제 '소녀 같은 심성'을 가진 박성웅이라지만, 그의 눈빛이나 분위기는 온전히 '묻지마 살인'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걸어 다니는 악마'로 온전히 몰입한 듯 번뜩였다. 이는 그동안 박성웅이 발산한 악역의 끝을 향해 나간 듯한 모습이다. 더 이상의 악인은 나오기 힘들만한 캐릭터이며, 그의 악역에서 정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극 속 '악의 축' 역할을 확실하게 해준다.

특히 피가 튀는 가운데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그의 미소는 그간 많이 보여준 연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설픈 말도 설명도 없기에 살벌함은 배가됐다. 게다가 박성웅은 감옥 목욕탕신에서 '알몸액션'을 펼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주인공 니콜라이(비고 모텐슨 분)가 알몸으로 생사를 가르는 액션을 펼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것. 워낙 유명한 액션신인 만큼 감독 스스로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김상경은 그동안의 형사 역과는 또 다른, 절박함을 더한 추적자 겸 피해자가 됐다. 그는 이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물의 열혈 형사의 패기는 물론, 간절함과 진지함도 함께 캐릭터 안에 키웠다. 또 그동안 '살인의 추억' '몽타주'에서 형사 역할로 친숙한 그는 이제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문태주로 보다 유쾌하게 다가온다. 때문에 김상경은 초반부의 가벼우면서도 활발한 이미지부터 동생의 죽음을 알게 되는 순간의 복잡한 심경을 지닌 형사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그는 충격을 받으면서 살인마에 집착하고, 범죄 현장에서 활발하게 '촉'을 세우는 것보다 냉정해지려는 모습으로 절제된 인물을 만들어간다. 특히 가족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지닌 형사의 모습을 충실히 소화한다.

김성균은 그간 자신이 맡아온 역할들을 정리하며, 다음 단계로 나가려는 변화를 보여줬다. 인상 깊은 '이웃사람'의 살인마와 시기적으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첫 공개됐던 '용의자'의 리광조와 '응답하라 1994'의 어수룩한 삼천포와 조진웅과 투톱 주연으로 코미디 연기를 펼친 '우리는 형제입니다' 박수무당 하연 등의 모습들을 적절히 조합해 초반의 순박한 은행원에서 아내를 잃고 좌절하는 남편, 중반부부터 보여주는 복잡한 심경을 지닌 모습을 함께 이끌어냈다.

살인마의 악행과 이로 인해 피폐해진 남자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의 가슴마저 무너지게 만든다. 특히 살인마를 극 초반 잡은 뒤 이어지는 상황들은 기존 스릴러를 변주하려는 모습과 리얼함을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또 기존 법제도가 범죄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고민거리도 적절히 안겨준다.

이야기는 살인마와 피해자의 대결 구도가 중심인지라 일반적으로 스릴러 장르에 갖게 되는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이나 획기적인 진행은 부족하다. 하지만 묵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살린 드라마가 오히려 인상 깊게 다가온다. ‘살인의뢰’는 스릴러라는 틀 속에 자리 잡은 비극적 드라마, 한 가족의 잔혹사가 될 수도 있겠다. 오는 3월 12일 개봉 예정.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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