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엄마, 여사, 할머니 역할 등을 맡아온 여배우 윤여정. 이번에도 할머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인물로 관객과 만난다. 바로 박근형과 호흡을 맞춘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를 통해서다.
‘장수상회’는 70살 연애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에서 강제규 감독이 본격적으로 연출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극중 윤여정은 박근형과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는 역할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감정표현에 있어서 힘든 장면이 없는지 물었다.
“배우를 오래해서 이 감정이 힘들다고 말하는 군번은 아니죠. 대본에 쓰여 있으면 내 미션은 내가 납득해서 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라서 힘들다고 하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윤여정에게도 연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이는 대중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를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는 연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밝혔다.
“몰랐을 때가 좋아요. 칭찬하면 잘했나보다 하는데 이제는 연기가 무섭다는 것을 알고 대중이 무서운 것을 알아서 불편해요. 그렇다고 연구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돼요.”
촬영 현장에서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전한다. 과거 50대 시절만 해도 그는 부딪치는 감독이 있었지만, 이젠 늘 하는 일이 감독과 만나 “내가 당신 도구로 하는 것이니 도구 쓰는 사람으로서 디렉션 주는 것을 내가 자존심 상해하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윤여정은 연기를 오래해서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많다는 입장이다. 타성에 박힌 것도 많기 때문. 따라서 신인이 잘하는 게 무섭고도 예쁘단다. 특히 그는 젊은 감독들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도 관심을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친구가 예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보면 부서져요. 그리고 다시 대중과 합세하겠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대중에게 다시 돌아가더라도 자신의 뜻을 제대로 밀어붙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렇다고 그는 아예 대중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윤여정 자신이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거나 하는 욕심은 없지만, 자신이 직업상 대중예술을 하는 입장인지라 소중한 관객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 대중이 무조건 옳지만은 않다는 게 윤여정의 생각이다.
“대중은 정말 무의미하게 추켜세우고 또 대중에 의해 무의미하게 매도되면서 잘못하면 돌팔매질도 와요. 저는 대중 덕으로 인기 있고 싶지 않아요. 제가 흥망성쇠를 겪어서 이 업계에서 일을 맡기면 노력해서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열심히 끝까지 잘했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그래도 윤여정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으로 폭넓게 주변에서 알아봐주는 것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인기가 참 애매해요. 주변에서 모른다고 하면 무안할 거예요. 그런데 ‘윤여정 씨죠’라고 하면 고맙고 감사해요. 요즘은 사귈 것처럼 덤비시더라고요.” 그는 한 차례 배우의 세계에서 떠난 뒤 다시 복귀한 경험이 있어 연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에게는 배우가 감사한 직업이고 제 인생에 우연히 놀랍게 찾아온 직업인데 당시에는 하다가 그만두고 적당히 시집가면 벼슬하는 걸로 아는 풍조였어요. 제가 그냥 그렇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배우를 다시 했어요. 하면서 굉장히 감사해요. 어떤 직업이 69세까지도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회사 CEO라도 그만두라고 할 입장 아닌가요. 이젠 감사를 알고 그만둘 수 있게 돼 더욱 감사하죠.”
배우에 대한 특별한 이념이나 개념은 없다는 윤여정.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남들이 출퇴근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직업이라 생각할 뿐이다. “절실할 때 연기를 잘한다. 자본주의에서 절실하면 열심히 한다. 근사하게 포장은 못한다”는 윤여정의 직설적인 표현은 윤여정이라는 배우를 대변하는 듯하다.
9일 ‘장수상회’를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게 되는 윤여정. 연기만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그의 시간이 담긴 이번 작품으로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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