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홍동희, 최현호 기자]지난 1995년 설립 이후 1996년 창립작 ‘코르셋’을 내놓은 이래 벌써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영화사에 뚜렷한 선을 그은 영화제작사로 손꼽히는 명필름. ‘접속’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비롯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개론’ 등을 제작해 흥행과 비평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다.

특히 명필름은 지난해 ‘관능의 법칙’과 ‘카트’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참신한 작품을 배출, 영화팬들의 시선을 끈 바 있다. 그리고 올해 4월 9일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인 ‘화장’을 명필름의 20주년 기념 작품으로 극장에 걸었다.

심재명 대표. 사진제공=명필름
심재명 대표. 사진제공=명필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임권택과 20주년을 맞은 '명필름'의 우연한 만남은 영화사에 필연으로 기록될 듯 싶다.

헤럴드POP은 임권택 감독과 첫 만남과 20주년을 맞은 '명필름'의 수장 심재명 대표를 만났다.

의도된 결정은 아니었으나, 운명처럼 '명필름'의 20주년은 임권택 감독이라는 거장과 만났다. 과거 주로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고 새로운 영화들을 기획해낸 심재명 대표의 필모그래피로 보면 다소 의외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임권택이야 말로 과거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뒤바꾼 감독이라고 말한다.

심 대표는 1980년대 초 대학에 들어가 임권택, 이두용, 배창호, 이장호 감독 등의 작품을 보면서 이전 1970년대 독재로 인한 검열의 싸구려 오락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외화 팬이던 심 대표에게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제가 영화인이 되고 명필름을 하면서 감히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를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2012년 한 자리에서 임권택 감독님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임 감독님 영화를 프로듀싱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회사의 이익보다 영화를 꿈꿔온 후배로서 감독님의 작품에 좋은 프로듀서 역할을 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했죠.”

결국 심재명 대표는 임권택 감독을 만나 영화를 같이 할 것을 제안했고, 낯설어하던 임권택 감독도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한 작품은 왜 ‘화장’이었을까.

“임 감독님과 만나서 무슨 영화를 할지 이 작품 저 작품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자체나 기업에서 하자고 한 프로젝트도 있었죠. 검토를 하다가 생각보다 좀 규모가 큰 프로젝트이거나 주제적으로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작품보다 다른 것을 하자고 임권택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이 안을 내보라고 했죠. 지난 2004년 원작을 읽고 하고 싶었지만 판권이 이미 팔려 못했던 ‘화장’이 있었어요. 에이전시에 연결해서 영화화되지 못하고 5년의 시효가 지나 다시 판권이 작가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죠. 임 감독님께 제안하니 괜찮다고 하셔서 영화 판권을 구매하고 영화화가 진행됐어요.”

만약 ‘화장’을 젊은 감독이 연출했다면 이야기에 담긴 중년 남성의 심리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훈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김호정 분)와 젊은 여자 추은주(김규리 분) 사이에 놓인 한 남자 오상무(안성기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러한 스토리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에 임권택 감독이 뛰어든 것도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임권택 감독님이 ‘화장’의 주인공보다 높은 연배시지만 50대 중후반을 살아보지 못한 감독은 이 주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본 분, 경험한 분이 맞지 않을까 했는데 임 감독님이 하시겠다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임권택 감독과 국민배우 안성기, 투병 연기로 열연한 김호정, 임권택 감독의 두 번째 뮤즈로 낙점된 김규리의 조합으로 완성된 ‘화장’. 무게감 있는 작품이지만 흥행성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재명 대표 역시 누구보다 제작자로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그는 대중성이나 흥행성이 구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순수 제작비 약 26억 원 정도 투자하는 공을 들였다.

심재명 대표. 사진제공=명필름
심재명 대표. 사진제공=명필름

“임권택 감독님이 홍상수 감독님이나 김기덕 감독님처럼 저예산으로 만드시는 분이 아니니까 그렇게 제작비가 들었어요. 홍상수, 김기덕 감독님은 워낙 저예산으로 찍는 경험도 있으시니까 거기에 맞춰 찍으시는 거죠. 임권택 감독님은 예전 작업하시던 방식대로 찍으시니까 그에 맞게 들었어요. 서울만이 아닌 경상도, 부산 등지에서 촬영하고 CG도 들어갔죠. 공연장면도 있었고, 상여 장면에서는 검은 상복을 제작까지 따로 했어요.”

사실 ‘화장’을 위해 명필름은 대기업 투자를 받으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작인 ‘카트’는 소재나 주제에서 대기업 투자를 받는게 오히려 실례였다. ‘화장’은 임권택 감독님 영화라고 조심스럽게 문의했지만 투자자 측에서 부담을 가졌다. 결국 자체 제작비를 마련하고 기타 영화전문 투자자를 모으고 소셜 펀딩까지 이어졌다. 쉽지 않은 제작비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심 대표에게 남은 보람이 남다르다. 언론과 비평으로 임권택 감독이 이전과 다르다는 평을 얻게 된 것. 여전히 임권택 감독이 묵직한 주제를 던지며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내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심재명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화장’을 통해 만난 임권택 감독에 존경을 표했다.

“그동안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를 봤지만 이제 실제 함께 만들고 일하게 됐어요. 임 감독님의 영화세계와 감독님을 경험한 것이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명필름도 요즘 같이 하는 감독들이 어린편이에요. 아버지뻘 되는 감독님은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죠. 100분이 안 되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담고자하는 주제와 깊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돕는 프로듀서의 책임감이 컸습니다.”

아직도 해외초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화장’. 거장 임권택 감독을 모셔와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을 다시 한 번 배출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한국영화사의 한 가운데를 걸어오고 있는 임권택 감독과 심재명 대표의 첫 만남으로 탄생한 ‘화장’이 ‘102번째’ ‘2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특히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지금도 여러 방면에서 뛰어다니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의 행보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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