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한채아가 김기덕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영화 ‘메이드 인 차이나’(감독 김동후)로 관객을 찾았다. 최근 종영한 일일드라마를 통해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난 그가 지난 2013년 제작된 영화로 관객들과도 만나게 된 것.
‘메이드 인 차이나’는 중국산 장어 속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중국인 첸(박기웅 분)과 식약처 검사관 한국인 미(한채아 분)의 충돌과 욕망을 그렸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했다.
* 검사관 미의 외로움과 만난 한채아
한채아는 이 작품을 선택할 당시 심리상태가 미와 비슷했다. 외롭고 지쳐있는 미의 뒷모습이 나오는데 그가 가진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는 극 초반 대사가 별로 없는 가운데 쓸쓸한 모습과 차가운 분위기를 드러낸다. 한채아는 미의 복잡한 심경을 부분적으로 이해한 상태였다. 그는 김동후 감독과 대화를 하고 촬영을 해나가며 더욱 깊이 있게 알아갔다.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관객들이 미를 잘 느끼도록 노력했어요. 제가 미의 심정을 알아야 관객도 잘 받아들일 것 같았죠. 당시 제 심리상태가 비슷해서 미처럼 살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밝은 편인데 말을 많이 아꼈어요.”
그는 절제된 대사 속에서 펼치는 감정연기에 대해 “처음에는 어색하고 마가 뜨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침묵을 하니 깊게 감정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있어서 대사 전달과 감정 표현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감정 전달에 집중하면 돼 편했다는 것.
누가 봐도 고독해 보이는 미는 첸에게 감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한채아가 미와 같은 감정을 어디서 느끼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집에서 저도 혼자 있어요. 외로움조차 잊고 있었을 때가 있죠. 외롭다고 말하는 것은 외로운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걸 넘으면 외로움도 잊죠. 한번은 청소하려고 로봇청소기를 돌리는데 제가 로봇청소기에 걸리더라고요. 로봇청소기가 두 번째로 저를 툭 치는데 되게 반가웠어요. 누군가 저를 터치한 적이 언제였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 느낌이 반가운 게 정말 외로운 건가 생각한 적이 있었죠. 미도 자기를 자극하는 누군가였던 게 첸인 거 같아요.”
극중 첸과 관계를 가진 미는 그를 기다리고 반가워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연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옛 모습과 열정을 돌아보며 자극을 받게 된다. 한채아 역시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열심히 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볼 때 끌린다”고 말했다.
* 데뷔 10년차 한채아의 연기 열정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메이드 인 차이나’ 2주간의 촬영에 임한 한채아. 어느덧 데뷔한지 약 10년차에 접어든 그는 연기에 있어서 변화를 느꼈다. 과거 촬영에 들어간 한채아는 디테일하게 생각하면서 한 번 더 찍어보려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안 해본지 오래됐다고 고백했다.
“예전에는 대본이 나오면 하루 종일 대사를 봤어요. 대사를 외우는 능력도 좀 있으니까 대사보다 다른 것을 한다거나 해서 초심을 잃는 것을 문득 느낄 때가 있죠. 뭐가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깊게 파고 모니터 하고 연습하는 게 맞는지, 느낌이나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현장에서 뱉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쩔 땐 열정이 사라질 때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예전에 연기한 모습을 다시 보기도 하죠. 그러면 에너지가 생기도 해요. 물론 연기는 다시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요.(웃음) 하지만 정말 뭔가 하려는 열정이 눈빛에 있어요.”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돌아보면 이제 발을 디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한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뭔지도 모르고 열심히만 하려 했던 것이라는 게 한채아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약 10년의 시간동안 일일극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기도 했고, 미니시리즈에서 매력 있는 여성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온 한채아는 여전히 연기에 푹 빠져있었다.
“이제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기보다 연기의 진정한 재미가 생긴 것 같아요. 연기는 끝이 없고 정답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과거에는 10년 뒤면 연기를 더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이제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어려워진 것 같고, 두려워진 것 같아요.”
한채아의 연기에 대한 고민은 10년 전이나 지금도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 선배들의 충고가 가진 의미도 깊이 있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만큼 한채아의 연기에 대한 자세는 진지했다.
“어릴 때는 선배님들의 꾸지람을 들을 때나 조언 들을 때 창피하고 혼나기도 싫었어요. 언제 되면 혼나지 않을까 걱정했죠. 현장에서 혼나는 것을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선배님들이 ‘지금 듣는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고 창피할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욕먹는 게 창피한 것이 아니겠냐’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그 마음을 알 거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노력해온 연기가 이번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깊이 있는 감정 표현으로 이어졌다. 한채아는 이번 작품으로 감정 콘트롤이나 감정의 폭이 이전과 달리 커졌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예전에는 감정을 끌어오는 게 시간이 들었고, 납득이 안 되면 감정이 안 잡히는 게 있었는데 스스로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감정을 끌어올렸을 때 ‘나도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자신감이 들었죠. 그전에는 그렇게 감정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신기했어요. 저도 감정에 빠졌지만 힘들었죠. 이렇게 감정 컨트롤을 하는 영화를 하면서 나도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재미와 희열이 촬영 중간에 같이 왔던 게 있었어요.”
이처럼 감정적으로 더 넓어진 연기를 펼치게 된 한채아는 그만큼 그동안 다양한 역을 했고, 대중이 기억해주는 것도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차가운 캐릭터가 새롭고, 다른 누군가는 밝고 명량한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 특히 그는 자신의 성숙한 외모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제가 인형 같고 착해 보이면서 청순한 모습을 부러워했거든요. 불만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나 이미지는 제가 만들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교복을 입었을 때도 그렇게 청순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어릴 때도 다들 성숙해 보인다고만 하셨죠. 초등학교 때 아동복 모델을 잠깐 했는데 그때도 성숙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입었던 옷이 원피스인데 사진을 봐도 초등학생 같지는 않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성숙한 얼굴이었어요. 소위말해 노안이었죠.(웃음) 지금은 오히려 동안 소리를 들어요. 어릴 때 성숙하다는 소리 들으면 상처받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나중에는 정말 좋아요.” 남들이 받아들이는 자신 이미지를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한채아.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가운데 도전한 신작 ‘메이드 인 차이나’를 공개했다. 한채아는 미의 외로움과 차가운 모습을 그대로 표현,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다. 이어지는 작품 속에서 그가 또 어떤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이미지를 다양하게 끄집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ent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