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가 드디어 ‘왕좌’에 앉았다.

양아치(‘넘버3’), 북한군 중사(‘공동경비구역 JSA’), 형사(‘살인의 추억’), 이상한 놈(‘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뱀파이어가 된 신부(‘박쥐’), 전 국정원 요원(‘의형제’), 조선시대 관상가(‘관상’), 변호사(‘변호인’) 등 다양한 역할을 인상 깊게 만들어온 송강호. 그가 신작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영조 역할을 맡아 왕으로 변신하는 것.

송강호는 밑바닥 인생이나 조직원 역할로 단역을 거쳐 지금까지 왔다. 한국영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배우의 위치에 있는 지금, 영조 역할로서의 ‘왕’은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그는 그간 현대극이나 사극에서 절대자 혹은 갑의 모습보다 인간적이고 뭔가 부족하거나 평범한 인물들을 많이 보여줬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왕’으로서의 송강호는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진=영화 '사도' 스틸
사진=영화 '사도' 스틸

‘사도’가 유명한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소재에 있어서 식상할 여지도 있다. 이를 이준익 감독이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중요하지만, 송강호의 영조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온 영조들과는 어떻게 다르고 또는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지 관전 포인트다.

사실 송강호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동석이라는 단역을 통해 스크린에서 얼굴을 알리고, ‘초록물고기’ ‘나쁜영화’를 거쳐 ‘넘버3’를 통해 그해 대종상 신인남우상과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조용한 가족’에 이어 ‘쉬리’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YMCA 야구단’ ‘살인의 추억’ 등으로 한국영화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행작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그 역시 흥행에 실패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흥행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한 관객몰이를 이어오고 있다.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까지 흥행보증수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 그리고 그가 맡은 캐릭터들은 워낙 강렬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사진=영화 '넘버3'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박쥐' '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사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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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송강호는 자신을 알린 ‘넘버3’의 불사파 보스 역할로 “배신이야 배신”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반칙왕’에서는 일에 치이는 전형적인 한국 직장인의 모습과 레슬러를 오가는 두 가지 모습으로 평범한 일반인을 인상깊게 보여줬다. ‘살인의 추억’의 형사 역할로 와서는 어수룩하면서도 야성적이며 인간적인 냄새를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소시민의 모습은 ‘괴물’에서 딸을 괴물에게 빼앗긴 아버지 역할을 통해 바보같지만 정감 있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나 박찬욱 감독의 ‘박쥐’ 같은 예술적 색채가 비교적 짙은 영화에서는 진중하면서도 영화에 녹아들어 간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예술적 감각을 뜨겁게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최근 ‘관상’과 ‘변호인’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에서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면서 역시 인간미 있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사도’에서 영조 역할이다. 사실상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인간인 영조이기도 하고, 일각에서 해석하기로는 광인이 된 아들을 막아선 인물로 비쳐지기도 한 영조다. 이러한 영조가 송강호를 통해서 관객에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가 궁금한 상황이다.

사진=영화 '사도' 포스터
사진=영화 '사도' 포스터

그동안 팔색조 연기라고 할 만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송강호. 나아가 그는 ‘설국열차’같은 글로벌 프로젝트 작품에서도 강렬함을 선사, 의심의 여지없는 믿고 보는 영화에 출연해왔기에 기대감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연기와 관객 동원력에 있어서 충무로 넘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입지가 대단한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초 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업체에 따르면 송강호는 선호도 조사결과 믿고 보는 배우와 연기 잘하는 배우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개봉하는 ‘사도’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도 높은 상황이다. 연기에 있어서 꾸준히 좋은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사도’의 최고 권력자인 왕 영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건달, 양아치 등 밑바닥 인생을 시작으로 한 나라의 지존인 ‘왕’의 역할까지 소화한 송강호의 연기가 어떻게 스크린 위에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사도’는 송강호를 비롯해 유아인 문근영 김해숙 박원상 전혜진 진지희 박소담 서예지 등이 출연하며,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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