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최근 한국영화계에 독특한 문제작이 등장했다. 정말 못 만들었다고 할 만한 퀄리티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영화 ‘무서운집’(감독 양병간)이다. 얼마나 조악하면 ‘클레멘타인’과 비교할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의도적인 비웃음을 유발하면서 못 만든 요소를 적극 활용해 재미를 선사하는 묘한 지점에 있다.

‘무서운집’은 사진작가 부부가 새로 장만한 4층 집에 스튜디오를 꾸미고 이벤트에 사용할 마네킹들을 조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남편이 출장을 가게 돼 큰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내(구윤희 분)에게 정체불명의 형체들이 따라다니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구윤희가 홀로 집안을 누비는 모노드라마 같다. 포커스도 안 맞고 편집은 툭툭 끊기며, 연기는 그냥 일반인 아줌마의 모습 그자체로 표현됐다.

이러한 영화를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을까. 영화팬들에게 관심을 모은 ‘무서운집’의 양병간 감독을 헤럴드POP이 만났다.

영화 '무서운집' 양병간 감독. 사진=헤럴드POP
영화 '무서운집' 양병간 감독. 사진=헤럴드POP

양병간 감독은 지난 1985년 ‘피조개 뭍에 오르다’로 연출 데뷔, 1993년작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94년 ‘태양 속의 남자’를 연출했고, 무려 20여년 만에 ‘무서운집’으로 다시 메가폰을 잡게 됐다.

그는 지난 8일 재개봉에 맞춰 서울 강남구 조이앤시네마 극장에 등장, 영화 관람 후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알아준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관객(의 생각)과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준 관객으로 인해 영화 역시 주목을 받게 됐다.

이하 양병간 감독 일문일답 - 색다른 영화다

좀 더 색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려고 했다. 감독은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않나. (영화가) 사실 관객들과 맞아떨어졌다. 관객들이 이해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살아남은 것이다.

- 예고편을 통해 유명해졌다. 반응은 직감했나 예고편 흐름을 많이 읽었다. 우리 영화의 예고편들이 미국영화와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저는 제가 이걸 또 따라가야 되나 싶었다. 차라리 내가 가지고 가는 방향으로 계속 가보자고 했다. 1970년대와 2000년대를 연결하는 것 같은 느낌이겠지만, 어쨌든 (미국영화 예고편을) 따라가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었다.

- 이전 작품에서 참고한 부분이 있나

저는 독선적인 면도 있지만 거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없다. 제가 가진 특기 중에 하나가 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연출부에서 습작을 많이 했다. ‘어떤 영화에서 좋은 게 있더라’라면서 번뜩 떠오른다. 그걸 버려야 창작이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잊는 연습을 엄청 했다. 이 작품을 낳게 된 계기가 됐다. ‘클레멘타인’도 못 봤다. 아직도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사진=영화 '무서운집' 스틸
사진=영화 '무서운집' 스틸

- 초반부 일상의 모습에 집중했다. 주부의 먹방도 유심히 잡았다.

우리가 주부를 좀 생각해야한다. 남자들이 보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주부들이 하는 일에 대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청 중노동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걸 오히려 즐긴다. 반대급부적으로 표현하려고 더욱 섬세하게 그렸다.

- 실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나

집이라는 공간을 보면 항상 침울하다. 어느 순간 들어가면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옛날에 셋방살이를 많이 하지 않았나. 내가 이사를 간 적이 있는데 하룻밤 자고는 바로 나왔다. 얼굴을 못 봤는데 소복 입은 처녀가 목을 누르는 경험을 한 것이다. 계약했는데 하룻밤 자고 해약한 경험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가진 잊어버린 집이라는 공간의 두려움을 누구나 다 느낀다는 것이다. 불 꺼진데 혼자 들어갈 때 섬뜩하기도 하지 않나. 며칠 지나면 내 집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사소하게 넘어가는 이런 생각을 나는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 주연배우 구윤희의 캐스팅은 이뤄졌나

유명하고 상업적인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배제했다. 그들은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넣고 꾸민다. 이런 작품은 살아있는 여자의 목소리 그대로, 보통 아줌마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성우를 써서 다시 하자고 하기도 했는데 의도적으로 감정을 배제하려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 친근감을 주지 않았나 싶다.

- 편집, 촬영 등을 직접 도맡은 의도는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다. 관객에게 ‘나도 저 정도면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영상산업의 도약이라 생각한다. 휴대폰을 들고 사진, 동영상을 안 찍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서 끝을 낸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려면 사실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장비를 이해해야한다. 일상 장비로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와 닿지 않을까 싶었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됐다. 전체 색감이 붉은색이 나고, 도입부는 노란색이 난다. 어떻게 보면 핀트도 덜 맞는 데가 많은데 색감은 의도적으로 팥죽 비슷한 색도 난다. 이 시대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이다. 주인공 여자 목덜미도 불그죽죽하다. 애초에 화이트밸런스를 끌어내린 것이다. 좋은 렌즈가 있어도 의도적으로 포커스가 나간 것은 밤에 육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다. 일부러 선명하지 않게 의도했다.

사진=영화 '무서운집' 포스터
사진=영화 '무서운집' 포스터

- 재미와 풍자가 있었다 주인공 아줌마가 마네킹에게 ‘내가 이거 어떻게 장만한 집인데 네가 이러냐’고 한다. 아줌마들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엄청나다.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만들다보니 잘 만들어진 것 같다.

- 댓글 반응은 확인했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반응이 ‘이것도 영화냐’ ‘예고편도 이런 예고편이 있냐’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봤을 때 답을 다는 것은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어이없는 웃음이든, 연기가 어색해 웃는 웃음이든 내가 제시한 게 살아있었다고 댓글에서 분석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요새 보편적으로 분석을 잘한다. ‘포스터가 이게 뭐냐’고 한다. 포스터 고치라고 주위에서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저는 언밸런스를 강조하고 싶었다. (포스터 속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것도 있는데 밑에가 잘린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선택 이유가 있다. 보면 눈에 띄지 않나. 내 생각대로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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