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최현호 기자]지난 1983년 KBS가 방송한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10월 10일(프랑스 현지시간 10월 9일), 61개국에서 제출한 2014-2015년도 세계기록유산 후보 총 88건의 기록물 중에서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기록물’을 포함한 47개 기록물에 대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는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기록물’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린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국학진흥원의 ‘한국의 유교책판’도 세계기록유산에 동시에 등재돼 우리나라는 모두 13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심사에 참여한 독일의 요르단 조단(Lothar Jordan,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부의장, 세계기록유산 교육·연구 소위원회 의장)은 “나도 한 때 분단국가였던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감정에 미쳤을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지난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무려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세계 최장 생방송이다. 무려 10만 952건이 신청됐고, 5만 3536건의 이산가족 사연이 방송에 소개됐으며, 총 1만 189건의 상봉이 이뤄졌다. 이산의 아픔과 만남의 감격을 가슴 저리도록 느끼게 하며 방송이 이뤄낼 수 있는 ‘기적’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전 세계에 알린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또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시대를 살아온 1천만 이산가족이 겪어야했던 고통과 참상을 말하고, 30년 이상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의 눈물의 상봉을 통해 ‘이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남북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우리 후손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는 중요한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선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게 된 것이다. ◆ TV 방송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사실상 ‘처음’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KBS는 독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에 이어, TV 방송사로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획하고 추진한 송기윤 단장(세계유산특별프로젝트 방송기획단)은 “지난 201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독일의 ‘베를린 장벽의 축조와 붕괴’는 방송기록물 포함, 대부분의 서류와 증언 등으로 이루어진 기록물이다. 하지만 이번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KBS 이산가족찾기 기록물은 그야말로 텔레비전을 통해 생생하게 방송된 ‘영상기록물’이며, 그 양은 역사상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최대 규모다”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을 활용한 세계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인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제 6차 세계 언론인 대회에서 ‘1983년의 가장 인도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세계평화기여자에게 수여하는 ‘골드머큐리 국제상(1984)’을 수상하며, 인류의 평화와 인권에 기여한 가장 적극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경호 서울대 교수(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는 “TV 방송프로그램이 등재된 경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베를린 장벽에 관한 기록물은 서류, 증언 등이 대부분이며 방송물은 극히 일부이지만, KBS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방송이 핵심이다. 앞으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서 방송물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역사적으로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하여 1992년에 처음 창설한 것으로 이때, 기록유산으로 인정되는 대상은 필사본, 도서, 신문, 그림, 지도, 음성, 영상 등이 있다. ◆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1983년, 그 때의 생생한 이야기 1983년 여름은 한 낮의 무더위만큼이나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바로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방송된 프로그램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이야기다.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시작을 알리자마자 한국 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가족들과 생이별한 10만 명의 이산가족들이 KBS로 모여들어 방송 참여를 원했다. 신청접수 전화만 해도 하루에 6만 통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방송은 시작됐다. 30년 만에 생사조차 모르고 살던 부모, 형제가 만나 통곡하고 울부짖는 모습은 대한민국을 울렸고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에 우리는 몸서리를 쳐야 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1983년 10월 10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의 1천 4백 5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개별 면접을 실시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자 중 53,9%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새벽 1시까지 시청한 적이 있고,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는 사람이 88.8%에 달했다. 시청률은 78%까지 육박했다. ◆ 민족의 한, 세상 밖으로 터지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KBS는 한국전쟁 33주년 휴전 30주년 즈음해서 기획한 프로그램은 1983년 6월 21일에 방송된 아침방송 ‘스튜디오 830’의 ‘아직도 내 가족을 못 찾았오’였다. 당시 연출자였던 이원군 PD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의 고통과 절절함을 인식했고,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기획했다. 첫날 방송이 나가자 반향은 대단했다.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전화 연결이 안 되자 이산가족들은 KBS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초 2시간 특집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2시간 15분 더 연장했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사람들은 KBS 본관과 여의도 광장으로 모였다. 건물 벽면, 바닥, 가로수까지 가족을 찾는 벽보로 뒤덮여 장관을 이뤘다. ◆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다 이산가족을 찾겠다는 인파가 계속되는 여의도광장과 KBS 주변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 25개국의 기자들이 상주하면서 상봉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미국 ABC는 ‘나이트라인’을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가 냉전이 개개인들에게 입힌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남북이산가족 최초 상봉 (1985.9)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KBS, ‘이산가족’을 주제로 프로그램 제작 중 그러나 이산가족의 눈물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 이산 1세대 80% 이상이 70대 이상의 노인이다. 젊은이들은 점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KBS는 이산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전 세대가 공유할 수 있도록 이산가족 특별전, 특집기획 등 다수의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0월 11일(일) 오전 9시 50분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 특집 ‘이산가족, 세계의 기억이 되다’가 방송되며, 10월 12일(월) 오전 10시에는 ‘이산가족찾기 세계기록유산등재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특집 ‘만남의 강은 흐른다’ 2부작 (1부: 10월 18일(일) 오전 10시, 2부: 10월 25일(일) 오전 10시)을 비롯해, 10월 19일(월) 오후 7시 30분부터는 세계기록유산 특집 다큐멘터리 ‘보내지 못한 편지’가 방송될 예정이다. 또 10월 초부터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KBS 본관 앞에서는 1983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KBS는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에 이산가족이 없는 날까지 ‘만남의 강은 흐른다’는 타이틀로 특집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방송할 계획이다. 독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사 기록물이 독일 통일에 기여한 사례에서 보듯이, 이산가족찾기 방송이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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