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세 번째 마디 ? 구겨진 종이,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 봐
물회 한 그릇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서울로 열심히 달려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필자의 집에 도착해 내려 주시며 그렇게 짧은 여행을 마치고 대표님과 인사를 했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무엇인가 빠뜨린 것이 있다는 듯 급하게 부르셨다. “종현아!”
뒤돌아 대표님께로 갔다. 자켓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어 주시면서
“오늘 아침에 적어본 가사인데.. 곡 한번 붙여봐라”
필자는 놀란 듯 되물었다. “가사요?..”
그러고 보니 아침에 부비적거리며 눈을 떴을 때 대표님께서 무엇인가 적고 계셨는데 가사를 적고 계신 것이었나?..
그때까지만 해도 얼떨떨했지만 구겨진 종이를 받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종이를 펴봤다.
노래 가사였다. 제목부터 먼저 눈에 들어왔고 보는 순간 마음을 후벼 팠다.. 가사의 제목은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 봐’라고 적혀있었다. 그 동안 음악을 많이 접했지만 이런 형식의 가사는 처음이었다. 새로웠고 산뜻하면서 굉장히 쓸쓸한 느낌이 묻어 나왔다. 그렇게 첫 소절부터 읽어나갔다.
‘김현식의 노래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 봐~ 내 사랑 내 곁에 들으며 한잔 두잔 또 꺾어’
첫 소절 가사를 읽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표님과 지금까지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며 속초를 가서 음악이야기를 하며 소주 한잔을 했던 그 여행의 모습이 그 대로 가사에 녹여져 있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소름이 돋아 있는 채로 연이어 후렴구 부분에 적힌 가사를 읽어나갔다.
사랑이 뭔데~ 날 울려요~ 사랑이 뭔데 또 나를 울려요~ 사랑이 뭔데 뭔데~ 피도 눈물도 없는 이놈의 사랑 사랑 사랑 사랑~
필자는 계속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있는 채 머리까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대표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방으로 불러 ‘곡 한번 써봐’하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어찌 보면 몇 마디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벽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속초까지 가서 그 느낌 그대로를 전달 하고자 했던 대표님의 모습에 닭살마저 돋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장과 직원간의 업무적인 관계가 아닌 정말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간의 예술적인 교감을 나눈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 정말 뼛속까지 사업가 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구나.. 이래서 기업의 대표인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를 읽고 나서 바로 대표님께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대표님.. 가사 정말 너무 좋은데요..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음이 짠한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가사가 최동진 팀장의 이별 아픔이 모티브가 된 것인가요?..”
잠시 후 대표님께 짧은 답변이 왔다.
“누구나 다 이런 사랑의 아픔이 있잖아.. 그냥 한번 긁적여 봤다”
속초까지 다녀와서 피곤했지만 왠지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듯 방 한 켠 작업실로 들어가 컴퓨터와 음악 장비의 전원을 켰다. 마음속에 뭔가 모를 짠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가사에 빠르게 몰입되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 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멜로디를 더듬거려나갔다. 평소에 필자가 쓰던 스타일의 멜로디가 아닌 전혀 새로운 곡이 만들어져 갔다. 그 순간은 정말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한번씩 유명 작곡가들이 티비에 나와서 “5분만에 곡을 썼어요”, “하늘에서 뭔가 뚝 떨어지더라고요”, “한 번에 멜로디를 다 만들었어요”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피아노 앞에 앉은 지 30분 ~ 40분 정도가 흘렀을까.. 곡이 완성되었다. 혹시나 잊어버릴까 하는 생각에 빨리 마이크를 켜서 흥얼거리며 녹음까지 했다. 평소에 쓰던 멜로디 스타일이 아니었고 왠지 모르게 쓸쓸하면서 마치 내가 가사를 쓴 대표님이 되기라도 한 듯 자아심취 되었다.
정말 이 느낌이었다. “아.. 바로 이것이구나”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잠을 잤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곡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인생은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만들어진 곡에 자신감이 생겼고 빨리 월요일이 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월요일 회사를 출근하자마자 대표님 방으로 곡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대표님과 함께 곡을 들었다. 면접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었는데, 그 날 따라 왜 그렇게 떨렸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침묵과 함께 곡을 끝까지 들으신 대표님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어.. 좀 더 들어보자. 나가봐라”
대표님의 말씀에 살짝 의기소침해졌다.
“엥?.. 이 반응은 뭐지? 실망하신 걸까?.. 노래가 별로였던 것일까?.. 마음에 안 드시면 어떡하지?” ., 그렇게 수 많은 궁금증과 초초함을 남기고 며칠이 지났다.
대표님께 곡을 들려드리고 3일 정도가 지났을까..
출근을 하신 대표님께서 방으로 부르시더니 “그 때 네가 만든 노래, 데모 반주를 좀 떠 줄 수 있냐?”
갑자기 대표님께서 그 때 들으셨던 곡의 데모 MR을 가져다 달라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마음속으로 “뭐지?.. 갑자기 데모 MR을 왜 달라고 하시는 걸까.. 혹시.. 계속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셨나?” 혼자서 그렇게 김칫국을 마시면서 컴퓨터에 저장 되어 있던 데모 MR을 드렸다.
데모 MR을 받으신 대표님께서 “내가 한번 불러볼게”라며 짧은 수수께끼(?)를 남기셨다. 속 보여서 여쭤 볼 수도 없었다. ‘혹시.. 대표님.. 노래를 왜 부르려고 하시는지요..”라며 그렇게 속으로만 몇 번이고 되뇌이다가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퇴근 시간 무렵 머리도 식힐 겸해서 옥상에 커피한잔을 하러 올라갔는데 한 남자가 난관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대표님이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어~ 왔냐? 그래 종현아”라며 특유의 짧은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종현아~ 잠시만 와봐라.. 이거 함 들어봐라”라고 말씀하시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셨다. 그리고 노래 한 곡을 들려주셨다.
첫 소절부터 필자의 마음을 두드렸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 옥상에서 노래를 들으니.. 지나다니는 차도.. 걸어 다니는 사람도.. 모두 한편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4분 3초 동안 정말 필자를 심취하게 만들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대표님께 여쭤봤다.
“대표님.. 이 곡.. 혹시.. 제가 만든 곡 아닙니까?..
대표님께서 슬며시 웃으시면서 “어제 내가 밴드실에서 살짝 불러서 녹음 한번 해봤다”라고 말씀하셨다.
못 믿겠다는 듯 한번 더 되물었다. “네?? 대표님.. 정말 이 노래가 맞다고요?”
얼마나 놀랐던지 필자는 사투리까지 써가며 “진짜요?. 이게요?”하고 되물었다.
필자가 처음에 만든 곡에 대표님의 목소리만 들어갔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노래로 바뀌어 있었다. 노래 가사와 멜로디 사이사이에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확실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놀란 가슴을 달래는 것도 잠시.. 대표님의 말씀에 울컥하며 터져 나올 듯한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이거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서 앨범 한번 내보자”
“네?..” 잘 못들은 것 같아서 고개를 쭉 빼고 눈이 휘둥그래 대표님을 바라 보았다.
“녹음 한번 해보자고.. 니 꿈이 작곡가라메?.. 그리고 이 노래로 동진이도 위로 해주고..”
“녹음실은 예전에 내 1집 녹음했던 서울스튜디오에서 하기로 했고 편곡, 세션, 뮤직비디오 컨셉 등은 내가 다 잡아놨다”
필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고 입만 벌린 채 어벙벙한 표정으로 계속 대표님을 바라봤다.
대표님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가셨다.
“나는 오랜만에 노래하던 김태욱으로 한번 돌아가 보고.. 니는 오랜 꿈을 이루고.. 동진이 같이 사랑과 이별에 아픈 사람에게는 힘이 되어 주고.. 이기 바로 융합이고 창조경제 아이가?”
그 말을 순간 필자는 입사 전에 몇 년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음악이 하고 싶어서 무작정 부산 촌놈이 서울로 올라와 녹음실을 찾아 다니며 어깨너머로 작곡을 배웠던 그 때..
무보수로 돈벌이가 되지 않아 매주 월, 수, 금요일은 야채가게에서 일하며 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하고 막차를 타고 퇴근했던 그때..
작곡가로 데뷔하고 싶어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기획사를 찾아 다니며 잡상인 취급을 받던 그때..
갑자기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고 결국 대표님 앞에서 눈물을 흘려버렸다..
“와 우노 임마..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지 안 그렇나? 해보자고 한번..”
그리고는 필자의 등을 툭툭 쳐주시고는 들어가셨다..
그렇게 혼자 한 참을 울었다.
나의 오랜 꿈.. 드디어.. 이루어지는 것인가?..
이제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머리로..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대표님은 노래하던 김태욱으로 한번 돌아가보고.. 나는 내 오랜 꿈을 이루고.. 이별에 아픈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치유와 힘이 되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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