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가 17일 함부르크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오르츠게슈프레히클럽 초청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가 17일 함부르크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오르츠게슈프레히클럽 초청특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가 17일(한국시간) 함부르크 시내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오르츠게슈프레히클럽 초청특강에서 한국과 독일의 현재 위상과 협력관계를 중심으로 강연을 하였다.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료에 근거한 구한말 양국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오르츠게슈프레히클럽은 1976년 3월에 출범한 함부르크 지역사회의 명사들을 위한 친목단체로, 정치인과 기업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는 70여 명이 참석하였다.

장시정 총영사는 한국과 독일의 경제발전 모델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호평을 하였다. “독일은 전후 40년대 말 플레스너 교수가 이야기한 ‘지각생의 나라’에서 통일된 ‘젊은 나라’가 되었다”면서 “울리히 벡이 말했듯이 ‘지금의 독일은 독일 역사상 최고의 나라’이며 전후 50~60년대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다시 두 번째의 경제 기적을 일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과거 영국이나 독일이 수백 년 걸렸던 경제발전을 30~40년 만에 이룩하여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실현한 나라다. 이것은 세계 경제사에서 그 유례를 찿아볼 수 없는 것으로, 지금은 한국이 크고 작은 과제들에 부딪히고는 있으나 한국의 성장 모델에도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시정 총영사는 “독일 모델로 불리우는 독일 경제는 사회보장과 자유경쟁을 핵심요소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향후 독일 경제의 지속적 성장 여부는 탈 원전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나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큰 나라들의 경제 추이에 좌우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난민 사태는 독일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재 외교관으로서 언급하기가 적절치 않다. 난민들이 오직 독일행만을 고집하는 것을 볼 때 독일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 총영사는 “독일의 유수 경제연구소들은 난민 문제를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가을 독일경제 평가 보고서에서는 난민들이 민간소비를 진작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0.25%의 성장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17일 열린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의  특강을 듣고 있는 함부르크 지역사회의 명사들.
17일 열린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의 특강을 듣고 있는 함부르크 지역사회의 명사들.

장시정 총영사는 “한국과 독일의 무역 규모를 볼 때, 양국간 300억 달러 정도의 현재 무역량이 만족스럽지 않다. 매주 24편의 직항 여객 항공편으로 연간 30만 명의 한국인들이 독일을 방문하고 7,000여 명이 독일서 유학을 하는 등 광범위하게 인적 교류가 이루어짐을 감안할 때 향후 상품 교류도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 2일 함부르크총영사관이 우리 청년들을 위한 진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독일에서 유학을 하거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하였다”면서 젊은이들 간의 접촉과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장 총영사는 이번 강연에서 1883년 한독간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이후 구한말 당시 함부르크와 맺은 인연도 소개하였다. 함부르크에서 조선의 첫 명예영사를 지낸 에두아르도 마이어 씨가 1883년 제물포에 세창양행이라는 최초의 서양회사를 차렸고 그 증손녀가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어 명예영사가 부인과 함께 조선을 방문해서 왕과 왕비를 알현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공개했다.

아울러 상인 출신이었던 오페르트가 ‘은둔의 나라’ 조선에 금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과 통상을 시도하려고 당시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파헤쳐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하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덧붙여 그가 고향인 함부르크로 돌아와서 법정에 선 사연도 언급했다.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의 초청특강 뒤 김치와 불고기, 잡채, 전을 비롯한 한국 음식을 시식하는 참석자들.
장시정 함부르크총영사의 초청특강 뒤 김치와 불고기, 잡채, 전을 비롯한 한국 음식을 시식하는 참석자들.

장시정 총영사는 이어서 프로이센의 외교관이었던 막스 폰 브란트 공사가 한독간수호통상조약을 맺으러 제물포에 직접 온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막스 폰 브란트 공사가 ‘동아시아의 제문제’란 책에서 ‘일본은 저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문화를 아시아의 다른 민족에게 전달하기에는 적합치 않고,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먼 미래에까지 두고두고 조선인들의 원한을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장 총영사는 사건 발생 2년 만에 출간된 그의 책에서 120년 이후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이웃나라 외교관의 주도로 이루어진 명성황후 시해는 세계 외교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에 참석한 허버츠 프리케(북부독일방송사, 언론인) 씨는 “한독간 역사적 인연을 소개한 데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울리히 카르펜 교수(함부르크 법대)는 성공적인 독일 경제와 사회적 시장 경제를 언급한 데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우니 록니츠 씨(선박 전문가)는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간다는 보도를 접했다”면서 한국 조선업의 현황을 묻기도 했다.

장시정 총영사는 1981년 제15회 외무고시로 외교부에 들어와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와 카타르 대사를 거쳤다. 2012년에는 카타르 국왕에게 수교훈장을 수훈받았다.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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