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혜리는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에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무대에 섰다.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왔다.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 캐스팅 논란이 일어날 당시에도 대중의 반응에 순응하며 흔들림 없는 자세로 자기 몫을 연구했다. 그의 집념과 노력은 폭발적인 사랑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6개월간 촬영장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활짝 웃을 수 있었던 이유다.

종영한 지 꽤 지났지만 여전히 덕선이의 향기가 났다. 두 달간 피나게 연습했던 1,2회 대사는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라고. 혜리는 “예쁜 여배우나 예쁜 캐릭터는 많지만 덕선이처럼 사랑스러운 인물은 보기 드물다”라며 끝까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혜리 연기 못한다”라는 평가보다 “덕선이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야”라는 댓글이 더 가슴 아팠을 정도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 아직도 혜리는 덕선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지 못한 듯했다.

반년 동안 쌓아올린 덕선이 덕분에 다음 작품에 출연할 힘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대본 스포일러에 잠입 촬영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던 ‘응팔’로 인해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은 있지 않을까. 이에 혜리는 “진심 어린 연기를 보여주면 되는 것 같다”라며 성숙한 연기자의 모범적인 답을 들려줬다. 또한 “가수와 배우의 길 중 좀 더 매력적인 것을 고르기 어렵다. 마치 ‘응팔’의 정환이와 택이를 중 한 명을 고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걸스데이 혜리와 배우 혜리의 두 가지 길을 균형 있게 걸어가고 싶어 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열연한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열연한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다 큰 정환(류준열)이 덕선(혜리)이에게 농담처럼 고백하는 장면에서 많이 울어서 촬영이 지연됐다고 하던데.

“대본을 보고 정말 슬펐어요. 덕선이도 정환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거든요. 어린 시절 풋사랑이지만 덕선이에게 예쁜 감정이었거든요. 그러다가 5년 후 뭔가를 추억하는 듯한 고백이었죠. 거의 이별과 다름없는 장면이었어요.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환이는 한결 같았으니까요. 첫사랑의 아이콘같은 존재죠. 마음 아픈 첫사랑이었죠.”

-류준열과 건물 밀착신이 화제였다. 수학여행에 갔다가 우연히 숨어든 벽에서 몸이 완전히 겹쳤다. 이 사건 이후 정환이가 덕선이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 촬영이 어렵지 않았나.

“건물 밀착신을 대본으로 처음 보는데 정말 신선하고 귀엽더라고요. 참 재밌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장면을 찍기 바로 전에 5회를 촬영했는데요. 그때는 초반이라 별로 안 친했거든요. 당시 춥기도 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정말 졸리까지(웃음). 한 2시간 정도 찍었나. 안 친했을 때 찍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박보검과의 키스신도 단연 인기 장면이었다.

“저희 둘 다 작품 속 키스신이 처음이었어요. 이번에 찍고 나서 알았어요. 키스신을 찍을 때 배우들이 감정이 전혀 안 든다는 것을요(웃음). 어떤 감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지만 생각나더라고요. 이 키스로 풋풋한 감정이 잘 표현됐으면 바랐어요.”

-‘응팔’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들 스타가 됐다. 누가 가장 많이 변했나.

“‘나 이제 스타야’ 티를 내는 친구들이 없어요. 사실 저도 류준열과 이동휘는 작품을 같이 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거든요. 두 분이 ‘응팔’ 캐릭터를 너무 잘 표현해줬고 그게 많은 사랑을 받았죠. 두 사람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응사’ 쓰레기 역의 정우가 ‘응팔’에 깜짝 출연했다. 덕선이도 다음 시리즈 때 부르는 것 아닌가.

“작품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 출연하고 싶죠. 제작진에게 혹시 도움이 된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 역으로 활약한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 역으로 활약한 배우 혜리. 사진=송재원 기자]

-아빠 성동일과 엄마 이일화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금도 아빠 엄마라 불러요. 만나기 전에는 혹시 혼을 내시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이일화 선배는 진짜 엄마같았어요. 핫팩도 챙겨주고 따뜻한 옷 입으라고 해주시고 끼니마다 걱정 하시더라고요. 성동일 선배도 정말 좋았어요. 모든 분들이 좋아하시는 분 같아요. 삶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메이킹 영상이 오해를 낳았다. 실제로 가수와 연기자 중 어떤 길을 더 선호하냐.

“그때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가수보다 더 하고 싶었어요?’ 묻길래 그냥 웃었거든요. 마치 택이와 정환이 중에 누가 남편이 되면 좋겠냐 묻는 것처럼 어려워서 못 고르겠더라고요. 만약 연기자를 고른다면 제가 올해 6년차 가수인데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리더라고요. 둘 다 잘해내고 싶어요.”

-향후 연기 활동 계획은. ‘응팔’ 인기가 대단해서 다음 작품에서의 연기가 걱정되지 않나.

“정말 너무나 행복했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꼭 한 번 더 작업하고 싶어요. 연기 행보를 100으로 놓고 볼 때 지금 한 5정도 왔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혼자 이뤄지는 건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요. 사실 예쁜 여주인공이나 예쁜 여배우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덕선이는 그 중에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물이죠. 시청자도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연기 걱정이 되지만 열심히 하면 알아봐주시지 않을까요.”

‘응팔’ 혜리 “악플에 오해 받아도…딴사람은 싫어요”[POP인터뷰①]

‘응팔’ 혜리 “화장 내려놓을수록 덕선이 되더라고요”[POP인터뷰②]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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