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호연 기자] 유아인의 90분 짜리 수상 소감은 진중했고, 때론 유머러스했다. 그냥 딱 유아인다웠다.
2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배우 유아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유아인은 지난 22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에서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방원 역은 천하의 유아인에게도 어렵게 다가왔다. 유아인은 이방원에 대해 “선하거나 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20대에 살해를 겪어야만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간적 면모를 발견했고, 서글프게 느껴졌다”라고 평했다.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이방원을 고른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유아인은 “이방원의 고뇌와 좌절을 보려고 노력했다. 우상을 만나 신념을 품고, 신념이 흔들리고 또 다른 야망을 품었던 청년기 이방원을 따라갔다”라며 “내면의 변화, 그 성장 과정을 연기하는 게 과제로 주어졌다. 목소리 톤, 표정, 움직임에서 나이대별로 변화를 주려고 애썼다”라는 노력을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부터 영화 ‘베테랑’과 ‘사도’를 통해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유아인은 “오랫동안 배우로서 꿈꿔왔던 순간이다. 일정 부분 이뤄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라며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 없이 큰 사랑을 받았다’는 자부심은 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알려줬다”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20대에 그랬듯 본질에 충실하며 연기한 게 유아인이 직접 꼽은 포인트였다. 유아인은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많이 혼란스럽지 않았다. 잘못했던 순간도 잇겠지만 충분히 반성하며 살아왔다. 유일무이하게 독보적인 배우,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런 유아인은 올해 배우로서 잠시 쉼표를 찍는다. ‘육룡이 나르샤’는 유아인에게 가장 긴 호흡의 드라마이자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었다. 유아인은 “서른이 돼서야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게 부끄럽다. 떳떳하지 않지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겠다”라고 밝혔다.
유아인에 대한 다양한 오해도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정치에 관심 많고, 거침없이 솔직하고, 늘 자신감 넘치는 배우라는 것. 유아인은 “SNS에 정치적 발언을 안 한 지 3년 됐다”, “나이를 먹으니 제 살을 깎아먹지 않으면서 최대한 진실되게 살려 한다”, “지금도 자신감이 없어서 떨린다”라는 속내를 알렸다. 예민한 이야기지만 어떤 질문에의 대답보다 가장 유머러스했다.
지난해 ‘육룡이 나르샤’로 SBS 연기대상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사도’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유아인은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마치 연극 같은 어조와 다채로운 표정이 떨리는 마음을 표현했고, 그 안의 핵심 내용으로 자신의 소신을 확실히 전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도 유아인은 모든 말에 뼈를 담았다. 믿고 보는 배우, 아니 크리에이터, 결국 ‘좋은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저력을 100% 증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유아인의 대사 같은 대답이 있다.
“배우로서... 연기 말고 뭐가 있죠? 50부작 이방원을 선택하며 과감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순수한 도전을 통해 제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인간인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