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길을 걷다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납치돼 감금된다면? 배우 강예원이 그 억울하고 치욕스러운 순간을 그려냈다. 영화 '날, 보러와요'를 통해서다.
한 여자가 대낮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 구급차로 납치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정신병원에 갇혀있다. 여자는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절규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정체 모를 약물을 투여받고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등 수치스럽고 끔찍한 시간을 보낸다.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아무도 몰랐던 한 여자의 치욕스러운 시간은 나남수 PD(이상윤)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재현된다. 영화는 나 PD의 취재를 통해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또 나PD와 강수아의 시선으로 사건이 교차되어 그려지면서 관객들에게 수아가 느꼈던 공포와 수치스러움, 두려움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여기에 살인 사건까지 엮어 사건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과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스릴러 장르의 매력인 긴장감과 쫄깃함을 선사하는 데도 충실했다.
2013년 서울정신보건지표 자료에 따르면 사설 정신병원에 입원한 국내 정신질환자의 73.5%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입원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영화는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는 허술한 조항을 지적한다. 누구나 영화 속 강예원처럼 정신병원에 갇힐 수 있다. 그래서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한 여자의 이야기는 영화 속 허구로만 여길 수 없어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현실 고발적 소재를 다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다양한 장치와 반전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구현하려 애썼다. 메가폰을 잡은 이철하 감독은 "사회적인 문제점만 드러내고자 한 건 아니다. 스릴러고 상업영화로서 관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영화다. 그렇지만 사설 정신병원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 것에 대해 아픔을 느꼈다. 장르보다는 이야기에 끌려서 영화를 만들었다. 아직도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사회 약자를 이용한다는 점이 영화 소재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예원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강예원은 수아의 일기장에 쓰여진 대로 '내가 미친건지 정상인건지 구분이 안 된다'는 그 문구 그대로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아무것도 모르고 붙잡혀 가는 상황, 인권 따위 무시당하는 치욕과 수치의 순간 그리고 남모를 비밀까지 치밀한 계산으로 수아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영화 속 끔찍한 이야기가 남의 것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심어준다. 이상윤과 최진호, 김종수 등 배우들의 호연도 영화에 힘을 싣는다.
그렇지만 극후반부 밝혀지는 반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지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관객들에게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다. 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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