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곽도원 유아인 박성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감독의 굳은 믿음에 미친 연기력과 흥행으로 보답했단 점이다.
영화 캐스팅에는 많은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다. 배우 소속사가 주연배우와 조연배우를 끼워팔기도 하고, 투자배급사 측에선 인지도와 티켓파워가 높은 배우를 선호한다. 감독은 이를 따르기도 하고,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잘못되면 감독 탓, 잘되면 제 덕이 되는 바닥이다. 그런 가운데 주변에서 우려하거나 긴가민가했던 배우를 소신 하나로 캐스팅한 감독과 그 믿음에 보답하듯 인생연기를 펼치며 최고의 결과를 내놓은 배우들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 ‘곡성’ 나홍진 감독이 선택한 주연배우 곽도원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제작 사이드미러)은 이십세기폭스 측이 전액 투자한 작품이다. 앞서 ‘황해’에 투자하면서 한국 영화 제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십세기폭스는 ‘런닝맨’ ‘슬로우 비디오’로 국내 제작 기반을 다졌다. 이후 세 번째로 내놓은 작품이 바로 ‘황해’로 인연을 맺은 나홍진 감독의 6년만의 신작 ‘곡성’이다.
‘곡성’ 캐스팅 라인업 공개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곽도원이 아닌 황정민을 주연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곡성’의 어엿한 주연배우는 바로 곽도원이다. 미혼이라곤 믿기 힘든 미친 부성애와 탁월한 감정몰입으로 인생연기를 펼친 곽도원. 하지만 나홍진 감독이 곽도원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겠다고 했을 때 이십세기폭스 측에선 우려를 표했다. 폭스 측에서 추천한 배우도 있었다. 곽도원보다는 주연 경험이 많고 인지도 있는 배우였다고.
그러나 나홍진 감독은 ‘황해’에서 직접 경험한 곽도원의 연기를 믿었다. 나홍진 감독은 곽도원에게 자신 있느냐고 물었고, 곽도원은 힘들 것을 알면서도 자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국 나홍진 감독은 우려를 무릅쓰고 곽도원을 주연으로 택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곽도원은 혹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고 깐깐한 나홍진 감독의 연출 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놀았고, ‘곡성’을 통해 데뷔 15년 만에 주연배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에 관객도 곽도원에게 응답했다. ‘곡성’은 지난 11일 전야개봉 이후 6일 만에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독주 중이다.
● ‘사도’ 이준익에겐 오직 유아인 뿐이었다.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제작 타이거픽쳐스)에서 영조 역 송강호와 압도적 연기대결로 볼거리를 선사한 사도세자 역 유아인. 이준익 감독은 ‘사도’ 캐스팅 1순위로 유아인을 떠올렸다. ‘완득이’에서 보여준 오기와 결핍이 가득한 도완득을 보고 이준익 감독은 유아인이 사도세자를 연기한다면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에 이준익 감독은 오직 유아인만 바라보며 ‘사도’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사도’ 투자배급사 측에선 프리프로덕션 당시 유아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20대 남자 배우를 추천했다. 이준익 감독은 오직 유아인 뿐이라며 사도세자는 유아인이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아인은 사도세자 역에 캐스팅 됐고, 역대급 연기를 보여주며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사도’는 전국 62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재밌는 점은 이준익 감독이 전작 ‘즐거운 인생’에서 유아인과 먼저 인연을 맺을 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제작사 대표와 노래방까지 가서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떨어졌고, 이후 농익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사도’에 캐스팅됐다. 유아인은 이준익 감독에게 “예전에 날 떨어트려 놓고..”라고 과거 일을 언급하기도. 이에 이준익 감독은 펄쩍 뛰면서 자신이 탈락 시킨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어차피 만나게 될 사람은 분명 만나게 된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유아인과 이준익의 ‘사도’는 만나고야 말 운명이었나보다.
●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점찍은 제4의 주인공 박성웅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제작 사나이픽처스)는 캐스팅 단계부터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라는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한데 모여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신세계’ 주인공은 셋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네 번째 주인공이라 불리며 대세로 자리매김한 박성웅이다.
박성웅은 ‘신세계’에서 기업형 범죄조직인 골드문 수장 자리를 놓고 2인자 정청 역 황정민과 대립하는 이중구 캐릭터를 연기했다. 슈트를 차려입고 아침부터 스테이크를 즐기는, 열등감 때문에 더욱 우아한 척 이미지 관리를 하는 이중구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낸 것이 바로 박성웅이다. 하지만 박성웅의 ‘신세계’ 캐스팅은 순탄치 않았다.
‘신세계’ 이중구의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군에 올랐다. 투자배급사에서 지지하는 내정자 아닌 내정자도 있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슈트를 차려입은 박성웅이 미팅룸으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 자신이 상상하던 이중구와 너무나 똑같아 놀랐고, 결국 인지도 높은 배우들 대신 박성웅을 적극 추천했다. 이에 박성웅은 출연하려던 드라마 대신 ‘신세계’를 택했고, ‘신세계’를 통해 박성웅은 연기 인생 첫 전성기를 누리며 주연배우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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