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이기홍이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 살아가면서 느낀 점을 털어놨다.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한국인 민호 역을 맡아 전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기홍. ‘메이즈 러너’에선 카리스마 리더십과 강인한 체력, 파워풀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는 순박한 베트남 청년 동 역을 맡아 180도 다른 어리바리 순수 캐릭터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이기홍이다.
이기홍은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 인터뷰에서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출연 과정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 활약 중인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공개했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는 사이비 종교 단체에 의해 15년간 감금 됐다가 구출된 주인공 키미(엘리 켐퍼)의 뉴욕 생활기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이기홍은 주인공 키미와 사랑에 빠지는 베트남 청년 동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검정고시 준비반에서 만나 서로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주며 친구가 되고, 호감을 느끼게 된다. 동양인 남성 캐릭터가 서양인 여성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이루는, 흔하지 않은 설정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이기홍이 맡은 동 캐릭터에 열광하는 걸까. 이기홍은 “동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들을 순수하게 바라본다. 사람도 사물도 말이다. 그것이 바로 동의 매력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즌1 말미 불법체류자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 동과 키미의 러브라인 향방을 묻자 이기홍은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시즌2를 꼭 보세요!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베트남 출신 이민자인 동은 극중 서툰 영어를 구사한다.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이기홍에게 잘하는 영어를 서툴게 말하는 게 어렵진 않았냐고 묻자 곧바로 “네! 힘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8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LA로 이민을 간 이기홍은 “서툰 영어 실력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나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지 않았나. 그때 나도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고 힘들었다. 그걸 기억하면서 ‘내가 어떻게 했었지?’ 하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주요한 배역을 얻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의 베트남 청년 동 또한 한정된 기회였고, 그 안에서 수많은 동양인 배우들이 탐을 냈다. 이기홍 또한 오디션을 보고 동 역할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고.
이기홍은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 베트남 남자 배역을 뽑는다기에 오디션에 참여했다. 당시 오디션에선 드라마에서 동이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연기했었다”며 “오디션 때 정말 재밌었고 많이 웃었는데, 정작 드라마에서는 동과 키미의 첫 만남 에피소드 중 많은 분량이 편집됐다”고 말했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 주인공 키미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검정고시반에 지원한다. 거기서 베트남 청년 동을 만나게 되는데, 둘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각자의 이름 발음이 영어와 베트남어로 페니스를 뜻한 다는 것을 말하며 웃는다. 이기홍은 “드라마에선 빠른 진행을 위해서 동과 키미가 나누는 농담이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편집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메이즈 러너’에선 한국인 역할이어도 따로 한국인임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지만,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는 서툰 영어는 물론이고 베트남 출신임을 강조해야만 했던 이기홍이다.
이에 이기홍은 “동이 베트남 출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베트남어 억양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 내가 등장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억양을 강조해서 연기했다”며 “베트남 출신 친구가 있어서 말투나 이런 것들을 배웠는데, 사실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기홍은 “사람들이 내가 베트남 억양을 쓰는 줄 잘 모르더라. 그래서 유튜브에서 실제 베트남 출신 사람들이 영어를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며 “첫 촬영 때 정말 센 억양으로 연기를 했더니 감독님이 조금은 톤다운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지금의 동의 말투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서 동은 식당에서 일하면서 그곳에서 먹고 자며 지낸다. 그릴 위에서 자는 것도 오히려 어떨 땐 따뜻해서 좋다고 말하는 동은 키미의 뉴욕 적응기와 더불어 이방인으로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다. 다른 의미에서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는 동의 뉴욕 적응기로도 볼 수 있다.
미국 이민 후 낯선 곳에서 살아온 이기홍.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많지 않은 동양인 배우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이기홍에게 할리우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기홍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난 아주 많이 어렸다. 동과 같이 혼자 미국으로 건너온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과 같이 왔었기 때문에 그래도 난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학교에 다니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걸 느끼긴 했지만 대부분 나보다 부모님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부모님 또한 영어도 잘 안 되는 상태서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부모님을 걱정했다.
이어 이기홍은 “다만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 활동 하면서 힘든 건 배역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내 연기를 보여줄 기회가 부족한 듯 해서 아쉽다”며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없다고 불평을 하자는 생각은 없다. 그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할리우드의 한국배우, 이기홍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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