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박아름 기자]"애초부터 외모 욕심은 버렸다."

지난 27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연출 이태곤)에서 현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과 함께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배우 한예리를 31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예리는 20대 그늘진 청춘을 대변하는 윤진명을 누구보다 디테일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 매 순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로 극을 이끌며 드라마 속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바쁜 스케줄 탓 잠을 제대로 못 자 체중이 2kg이나 줄었다는 한예리는 "그래도 호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고 운을 띄었다. 이내 그는 "처음엔 시청률이 안 나와 걱정했는데 입소문 타기 시작하고, 다들 너무 공감하면서 보고 있다고 얘기하니까 좋더라. 내 친구는 엄마랑 보기 창피하다고 송지원(박은빈 분)의 입을 막아달라더라"며 웃었다.

JTBC '청춘시대' 캡쳐
JTBC '청춘시대' 캡쳐

여배우 다섯 명이 주가 됐던 '청춘시대'는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걸로 유명하다. 특히 다섯 하메들이 모여있을 때 가장 좋았다고. 다른 촬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기싸움도 없었다. "기싸움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시길래 도대체 어떤 현장을 보셨길래 저럴까 생각도 들었다. 우린 또래가 아니었다. 어쨌건 나이 차이들도 있고 경력의 차이들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우리한테 그런 건 없었다 .다들 모난 구석 없이 착하고 좀 더 일찍 사회경험을 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되게 어른스럽다. 그런 일이 생길 수 없는 친구들이었다."

극중 가장 짠내나는 캐릭터이기도 했던 한예리는 정예은 역 한승연, 강이나 역 류화영처럼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답게 나올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여배우로서 외모를 강조할 수 없는 부분이 아쉬웠을 거라 예상됐지만 의외로 한예리의 대답은 'NO'였다.

"애초부터 그런 욕심은 버렸다. 진명이를 하려면 당연히 사람들의 공감을 사야 하는데 운동화 하나는 필연적인 거라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오히려 난 극단적으로 다른 색깔들이 딱 보여서 더 좋았다. 나중에 더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캐릭터나 기회가 있을테니까 이번엔 전혀 욕심 부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예쁘게 나오니까 그런 걸 곁에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메이크업도 거의 안했다. 촬영장에서 누워서 자고 그랬다. 그래도 앞머리마저 없으면 짠하니까 그거 하난 지켰다.(웃음)"

마지막회에서 윤진명은 재완(윤박 분)에게 자신이 방황하고 있다는 것 같다 고백했고 고민 끝에 과감히 계획 없는 미래를 선택, 중국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이 그 누구보다 궁금해 했던 윤진명의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여태껏 중 가장 평범한 진명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긴 여운과 함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끝내 윤진명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레스토랑 매니저한테 보복하지 못한 채 '청춘시대' 종영을 맞이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도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예리는 이 결말이 크게 아쉽진 않다고 밝혔다.

"실생활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복수를 하게 되는 일은 없다. 만약 남편이 바람이 피고 와도 현실에서는 처절하게 복수를 하고 그러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가장 현실적이게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우선 진명이는 그 매니저를 향한 원망보다는 자기 인생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어디 도피할 데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한 구석으로 몰린 거였다. 그래서 화가 났을 때도, 원망할 때도 매니저를 향했다기보단 자신에 대한 원망이 제일 컸을 것 같다. 자기 인생에 대한 비관도 제일 컸을 것 같다."

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이같이 처한 상황이 극단적인 윤진명은 부정적인 현실에 처해있는 청춘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캐릭터로 각광받았다. 한예리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보셨다고 하는데 사실 감사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진명이처럼 힘들게 사시고 진명이의 어떤 모습들을 보면서 위로받고 있다고 하니까 '지금 처해있는 청춘들의 현실이 정말 힘들구나'란 생각이 들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윤진명에게 위로가 된 건 다섯 하메들이었다.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는 "나도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의지가 강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드라마라서 이렇게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나마 진명이 곁에 하메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쩔 땐 참 철없게 진명이한테 보였을 수 있지만 그들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 때문에 진명이가 위로받는 게 틀림없이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진명이가 그 상황을 알아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순간 그 상황들을 잊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하메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잘 울지 않는다는 박연선 작가 역시 예상보다 일찍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짠하고 무거웠던 윤진명. 그래도 그녀에게 있어 재밌는 장면도 몇 가지 있었다.

"중간중간에 재미를 주는 코드들이 생기는 게 나도 너무 재밌더라. 어쨌든 진명이가 무겁진 하지만 이 친구도 20대고 아직은 어리지 않나. 그런 모습들을 진명이만의 개그로 보여줄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 진지한 코드로 웃길 수 있는 인터뷰도 그렇고 나름 소소하게 시청자들에게 유머를 드릴 수 있어 좋았다."

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그렇다면 실제 한예리는 어떤 모습일까? 실제 성격에 있어선 유은재(박혜수 분)와 비슷한 부분도 일부 있다는 한예리는 송지원(박은빈 분) 캐릭터에도 욕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윤진명을 못한다면 송지원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캐릭터고 지원이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원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정말 큰 도전이었겠구나'란 생각도 했다. 강이나(류화영 분) 같은 경우도 대사가 너무 좋았다. 너무 멋있게 나와 대본을 보면서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한예리는 "우리가 다 그런 것 같다. 딱 그 사람인 건 없는 것 같은데 그 역할을 다들 잘해낸 것 같다"고 '청춘시대' 5인방의 싱크로율을 극찬한 뒤 "실제 난 진명이처럼 의지가 강하거나 단단하거나 그런 사람이 못되는 것 같다. 근데 생활력은 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무용하면서 견뎌낸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뭔가를 해내고 견디는 부분에 익숙한 편이긴 하다. 난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는데 오래달리기는 잘하는 편이라서 참고 인내하는 부분에서 진명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난 엄청 무르다.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한다. 오히려 은재랑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지숙 기자
이지숙 기자

실제 연애스타일은 방관하는 스타일인데다가 성실하고 부지런한 타입은 아니라는 한예리는 극중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 재완(윤박 분)을 끊임없이 밀어내는 윤진명이 답답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답답하기보단 너무 이해가 잘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한테 기대기 시작하면 사실은 끝도 없게 된다.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감당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심지어 남편도 힘들어서 도망가는 마당에 결혼은 당연히 안할 거란 생각이 드니까 애초에 발도 못 담그게 하는 게 사실은 맞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드라마로 호평받은 '청춘시대'. 그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안타까운 청춘의 단면을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한예리는 "평범한 삶에 대한 생각들은 누구나 다 하고 있고, 본인이 평범하단 생각을 조금씩 다 하고 있다. 예은이의 마지막 얘기처럼 평범한 사람은 없고 본인조차도 평범하지 않다는 얘기들을 한다. 모든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사실 다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모든 가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문제없는 가족이 없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인생이 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중고등학교 땐 진명이처럼 살았다. 그땐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다면 대학교 땐 영화를 만나고 연기를 하게 되면서 내 맘대로 살았다"고 자신의 20대 청춘을 떠올린 한예리는 자신 역시 '청춘시대' 내레이션에 많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많은 분들이 청춘 외에도 연령대 별로 많이 공감을 해줬다. 아프니까 삶이고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이 그 아픈 중간 중간에도 웃고 떠들고 하는데 그런게 인생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당장은 힘들어도 또 누군가를 만나면 웃게 되고, 장례식장 가서도 웃길 땐 웃게 되고 이런 것들이 다 인생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청춘만을 아우르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것 같다. 20대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은 인생에 대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이 이걸 다 이해할까?'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한편 "길게 해서 느슨한 것 보다는 알차게 전개되고 이야기가 짜임있게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12부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한예리는 시즌2에 대해선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 사실 시즌제 가자는 얘기가 나온 건 보신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얘기가 된 거지,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는 것 같다. 송지원의 비밀이 있는 것 같긴 한데.."라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끝으로 올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만난 한예리는 "올해 가졌던 목표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올해 별로 고민하지 말고 가볍게 선택들을 하고, 기회가 왔을 때 잡자는 생각을 했다. 일이 많이 들어왔을 때 고민하지 않고 '하죠 뭐' 이런 식으로 했다 . 선택을 하는데 폭이 넓어진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 같은 경우 사실 '청춘시대'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박연선 작가님을 내가 좋아하기도 했었고 기대 이상의 대본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데 오히려 '청춘시대'를 하고 나니까 걱정이다. 이 다음 작품을 쉽게 선택 못 하겠고, 대본을 더 까다롭게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은 대본을 만나 걱정이다. 박연선 작가님이 한 번 더 그렇게 써주시면 거기서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뭔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역할이라도 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제 '청춘시대'를 보내고 영화 '최악의 하루' 홍보 활동에 나서게 될 한예리는 또다른 연기변신을 예고하고 나섰다.

"25일 영화가 개봉할 줄 몰랐다. 어떻게 이렇게 딱 드라마 종영과 맞물려 개봉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어쨌든 한예리를 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생겨서 영화에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 영화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명이와는 다른 생활의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여자들이 되게 싫어하는 역할이다. 재수없는 여자를 연기했으니 기대해달라."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