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게임X’→‘더커뮤니티2’X‘데블스플랜3’ 두뇌 서바이벌 전성시대
4시간 정주행하는 숏폼 시대, OTT 강점 드러나
정종연PD “이전보다 강해진 두뇌 싸움” 변화 예고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머리 잘 쓰는 사람들이 극한으로 내몰리는 상황과 통쾌함에 대리 만족이 느껴져요.”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이 ‘데블스 플랜: 데드 어게인’으로 돌아온다. 각종 두뇌 서바이벌을 제패한 전설적인 플레이어부터 신흥 강자까지, 총 16명이 다시 한번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친다.
세 번째 시즌을 향한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두뇌 서바이벌은 이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 흥행을 입증한 장르기 때문이다.
‘데블스 플랜’은 시즌1과 시즌2 모두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부문에서도 각각 3위와 9위에 오르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X’와 ‘더 커뮤니티2’ 역시 신규 유료가입과 시청 성과 등 플랫폼 내부 지표는 물론 외부 화제성에서도 각각 역대 시리즈 최고 성적을 거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흥행이 최근 콘텐츠 소비 흐름과 상반된다는 사실이다. 짧고 빠른 자극을 앞세운 숏폼이 대세인 시대, 시청자들은 오히려 서너 시간에 달하는 두뇌 싸움에 기꺼이 시간을 쏟는다.
복잡한 게임 규칙과 치밀한 심리전, 예측 불가능한 반전까지. 두뇌 서바이벌이 OTT의 효자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숏폼 시대에 4시간 정주행…OTT라서 가능한 몰입 속도
전문가와 제작진이 가장 먼저 꼽은 흥행 비결은 몰입에 최적화된 ‘OTT 시청 환경’이다.
빠르고 즉각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숏폼과 달리 두뇌 서바이벌은 긴 시간에 걸쳐 쌓이는 서사로 승부한다. 게임의 승패뿐 아니라 출연진 사이의 연합과 배신, 전략과 심리전이 주요 관전 요소인데, 이에 웨이브 관계자는 “OTT는 정해진 방송 편성시간의 제약 없이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담아내 서바이벌 장르 특유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닝타임이 4시간을 넘긴 ‘피의 게임X’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웨이브 관계자는 “오히려 긴 분량을 반기는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유의미했다”고 전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OTT의 자율적인 시청 환경이 두뇌 서바이벌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용이 어려운 두뇌 서바이벌은 모든 것이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다른 예능보다 어려운데, OTT를 통해서 보면 멈춰서 뜯어보는 등 플레이어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따라가야 하는 TV와 달리 자신의 속도에 맞춰 게임에 참여하듯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보는 재미 넘어 ‘푸는 재미’…충성도 높은 팬덤으로 이어져
두뇌 서바이벌의 또 다른 흥행 동력은 ‘충성도 높은 팬덤’이다. 전문가들은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이른바 ‘디깅 컬처(digging culture)’의 일환으로, 두뇌 서바이벌 팬들의 장르적 충성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청자들이 꼽는 가장 큰 매력도 단순한 시청을 넘어선 ‘참여의 재미’다.
안 본 두뇌 서바이벌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한 시청자 A씨(31)는 헤럴드뮤즈에 “평소에는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만 보는데, 두뇌 서바이벌은 다르다”며 “보다 보면 내가 플레이어가 된 것처럼 이입하게 된다. 직접 머리를 쓰면서 즐기는 것도 재밌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출연자가 찾아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애 프로그램 팬들과도 비슷한 것 같다”며 “해당 장르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두뇌 서바이벌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현실을 잊을 만큼 몰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팬덤은 단발성 흥행을 넘어 후속 시즌에 대한 기대와 관심으로 이어졌다.
‘데블스 플랜’ 시즌3 관계자는 “시청자분들께서 지속적이고 탄탄한 애정을 보내주고 있어 다음 시즌을 선보이게 됐다”며 “특히 두뇌 서바이벌 장르의 팬덤은 작품에 등장한 전략과 서사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공유하며 콘텐츠에 깊이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 이후 형성되는 커뮤니티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톱스타보다 중요한 건 ‘오리지널 게임’…동시에 커지는 IP
두뇌 서바이벌이 OTT의 효자 콘텐츠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유명 스타의 출연에 흥행을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일반인 출연자를 중심으로 한 ‘더 커뮤니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출연자의 인지도보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출연료 등 제작비 운용의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게임 규칙과 출연진, 세계관에 변화를 주며 후속 시즌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수리·논리 중심 게임에서 벗어나 장르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웨이브 ‘더 커뮤니티2’는 이른바 ‘이과형’ 두뇌 싸움 대신 토론과 가치관의 대립을 앞세운 ‘문과형’ 두뇌 싸움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디즈니+ ‘술래게임’은 전통놀이에 두뇌 싸움과 추격전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서바이벌을 선보였다.
물론 시즌제라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출연진과 익숙한 게임 구성이 반복되면 기시감을 줄 수 있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규칙은 신규 시청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오는 10일 공개되는 ‘데블스 플랜: 데드 어게인’ 역시 변화를 예고했다. 정종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순수한 두뇌게임, 플레이어 간 두뇌 피지컬 싸움이 지난 시즌에 비해 강조됐다”며 게임 설정 측면에서도 확 달라진 전 시즌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져드는 사이, 제작진은 한 걸음 더 앞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과연 OTT의 효자 콘텐츠로 자리 잡은 두뇌 서바이벌이 다음에는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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