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임지연 기자] “'혼술남녀' 진정석을 연기 하면서 그동안 나를 만들었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량진 학원가 선생들과 공무원 준비생들의 리얼한 일상을 담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는 밉상 진상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인 스타강사 진정석이 그 주인공이다. 정석은 문자 표현대로 ‘밥맛’인 사람 유형이다. 처음 보는 동료 강사에게 막말을 퍼붓는다. 입에 “고퀄리티”라는 말을 달고 다닌 정도로 학벌, 능력 등을 기준으로 사람을 등급을 나눈다.
밉상짓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짠한 구석도 있는 남자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안쓰는 ‘척’하지만, 온 신경을 쏟아 타인을 의식한다. 있어 보이려고 말도 안되는 패션으로 결혼식에 등장해 웃음을 안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배우 하석진이 그런 ‘밉상’ 진정석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주로 도회적이거나 나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던 하석진은 진정석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하석진은 진정석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앞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보는 강사을 쫓아는 게 장면이 있었는데, 굉장히 임펙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의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수 없어야 될 것 같았어요(웃음). 다행히 진정석은 미운데도 짠한 구석이 있어서 코믹한 못됨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너무 못된 데다 돌아이 같은 느낌이라 재밌었어요.”
하석진이 말하는 진정석은 어떤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나는 차가운 도시남자, 그렇지만 내 여자에게는 친절하지’라는 문구 그 자체인 인물이다.
“진정석은 싸가지 없고 재수 없는데 자기 여자한테는 잘하는 그런 매력이 극대화된 인물이에요.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정석이가 가진 사연들이 드러나면서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모습이 드러나면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엄청 싫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댓글이나 이런 반응을 보면 ‘쟤 또 저런다’라고 하시고(웃음). 촬영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정석을 연기하면 ‘어우~’ 막 이러는 거죠(웃음). 그래도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가 재미있는 거 같아요. 교화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져요. 연기를 하면서 한 인물의 성장과정과 결핍이 채워지는 게 재밌어요.”
더불어 진정석을 연기하면서 혼자 술 마시는 장면을 촬영할 때 겪어야 했던 고충도 들려줬다. 쌀쌀맞고 차가운 구석이 있는 정석은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대신 퇴근 후 홀로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는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혼술’을 즐긴다.
진정석을 연기 하기 앞서 ‘술 당긴다’라는 호평을 얻고 싶은 바람을 가졌던 하석진은 거의 매회 등장했던 정석이 혼술하는 장면을 맛깔나게 촬영하기 위해 애썼다.
“혼술 장면 촬영이 있는 날은 밥을 안 먹고 촬영장에 갔어요. 평소 작품할 때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맛있게 먹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절을 했죠.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데낄라, 고량주, 소주, 복분자, 사케 등 정말 다양한 술을 먹었던 것 같아요(웃음).
다른 술은 다 괜찮았는데, 맥주는 진짜 맥주와 촬영을 위한 무알콜 맥주가 차이가 있더라고요. 거품도 그렇고 먹을 때 할 수 있는 리액션이 다르더라고요. 맥주를 벌컥 벌컥 마진 후 미소를 짓는다 이런 식으로 대본에 쓰여 있으면 잘 만들어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거죠. 그래서 실제 맥주로 촬영하곤 했어요. 40분 동안 4000cc를 먹었는데, 그때는 의지가 있어도 몸이 힘들다는 신호가 오더라고요(웃음). 화장실 가서 게워내고 다시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래도 혼술하는 장면이 우리 드라마의 상징이라 제작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욕심냈던 것 같아요. ‘술 당긴다’라는 반응을 얻고 싶었는데, 그런면에선 성공한 것 같아요(웃음).”
2005년 '루루공주'로 데뷔해 '닥터깽' '무자식 상팔자' '상어' '전설의 마녀'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문제적 남자’를 통해 예능감과 뇌섹남의 매력을 뽐내고 있기도 하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하석진은 "초반 5~6년은 10점을 주기도 아깝다"며 데뷔 10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최근 5년은 6-70점 정도 줄 수 있지 않을가"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혼술남녀'는 대중이 잘 알던 하석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동안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하석진의 풀어지고 코믹한 덕분에 친근한 모습이 담겼다. 배우 스스로도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만족한 눈치였다. "전형적으로 무게 잡고 멋있는 역할을 했었어요. 뭐랄까 정적인 캐릭터들요. '혼술남녀' 진정석을 하면서 그동안 나를 만들었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쓰지 않았던 표정, 몸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부분도 좋았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연기하게 되건, 진정석은 좋은 경험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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