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유쾌한 괴짜들 '세 얼간이'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1년 한국판 개봉 당시 잘라냈던 30분을 추가한 감독판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나 더 재밌어졌을까.
인도 영화 '세 얼간이 감독판'(배급 와이드릴리즈)이 지난 9일 재개봉했다. 앞서 이 영화는 지난 2009년 인도에서 최초 개봉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세 얼간이' 열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인도 영화가 낯선 한국에서는 2년 늦은 2011년에서야 한국판 버전을 개봉하며 관객들을 만났다.
'세 얼간이'는 부모님의 뜻대로 상위 1% 일류 명문대에 진학한 파르한과 라주가 자신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괴짜 천재 란초를 만나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한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다.
'세 얼간이 감독판'은 171분의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지난 한국판 버전이 141분이었으니, 무려 30분이 추가된 셈이다. 사실 감독판은 특별한 버전이 아니다. 인도에서 개봉했을 당시 그대로의 오리지널 버전을 의미한다. 즉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는 인도 영화의 특징인 가무가 포함됐는지 여부다.
인도는 세계 3대 영화시장 중 하나다. 하지만 인도 영화는 3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 맥락없는 춤과 노래가 많이 삽입됐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경제성과 더불어 문화적으로 공감이 약한 한국 시장에서 외면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2011년 한국판에서는 '세 얼간이'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래가 삭제됐다. 로보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 란초와 피아가 서로에게 반하는 순간을 '주비 두비' 곡에 맞춰 노래하는 장면 등이다.
'주비 두비'라는 흥겨운 곡이 흐르는 이 가무 장면이 없더라도 영화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오리지널 버전을 본 관객들에게는 손에 꼽는 유쾌한 장면이다. 낯선 이 인도 노래가 무엇인지 꾸준히 묻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외에도 영화 앞 부문에 파르한이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라주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라주가 파르한의 전화를 받는 장면, 극 중반에 학생들이 성적순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 극 후반에 라주를 위해 파르한과 란초가 시험지를 훔치는 장면, 피아의 결혼을 막기위해 파르한과 라주가 떠나는 장면 등이 삭제됐었다.
이 장면들 역시 없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기존 한국판 버전을 봤던 관객들에게는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를 준다. 다른 재개봉 영화에는 없는 보너스 영상을 선물 받는 기분이다. 또한 영화를 처음 접한 관객들도 사실은 잘짜여진 3시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성공하는 것'이 무엇일까 되묻는다. 동시에 일류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세상에 일침을 가한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재능을 따라가다보면 그 길의 끝에 좋은 결과가 올 거라는 응원. 용기를 가지라는 '알 이즈 웰'이다. 주인공 란초는 괴짜 중의 괴짜다.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에서도 전체 1등을 차지한다. 늘 긍정적이고 교우 관계도 좋다. 친구 파르한과 라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의리도 지녔다. 게다가 사랑을 쟁취해내는 능력까지 뛰어나다.
한 마디로 완벽한 '먼치킨' 캐릭터다. 도저히 현실에 없을 법한 란초라는 인물은 앞만 보고 달리는 주변인들을 점차 변화시킨다. 사진가가 되고 싶은 파르한,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이 두려움으로 변한 라주에게 '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심지어 제일 꽉 막힌 대학 총장 '바이러스'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낯선 인도 영화 '세 얼간이'가 5년 전 한국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한국의 현실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일류대, 대기업,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 돼 버린 세상, 그리고 절망의 끝이 자살로 이어지는 현상도 비슷하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세 얼간이'는 현재-과거-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구조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세 얼간이'들의 활약으로 3시간의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낸다. 극 중반 주인공 란초에 관한 소소한 반전이 공개되는데, 관객들은 '결국 란초는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기대로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잘 만들어진 영화가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 오랜시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지 '세 얼간이' 역시 증명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남의 시선에 얽매이며 살지 않았는지, 내 재능을 잘 쫓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도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외쳐보는 것이 어떨까. "알 이즈 웰", 모두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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