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서 이어짐)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서인국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얼굴을 알리고,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2012년 작 ‘사랑비’를 통해 연기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작 ‘쇼핑왕 루이’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배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인국이 사람들에게 배우로 인식된 시점은 ‘응답하라 1997’이다. tvN의 인기 시리즈인 ‘응답하라’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연 작품이자, 배우로서 서인국의 가능성을 엿본 작품이다. 찰진 사투리와 무심한 듯 챙겨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극의 흥행을 이끌었다. 이후 서인국은 ‘주군의 태양’에서 보디가드, ‘고교처세왕’에서 고등학생과 기업 본부장을 오가는 1인2역 캐릭터, ‘왕의 얼굴’에서 조선시대 왕, ‘너를 기억해’에서 천재 프로파일러, ‘38 사기동대’에서 사기꾼, ‘쇼핑왕 루이’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 3세 등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출연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긴 해요. 여러 가지 장르를 했잖아요. 생각해 보면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고교처세왕’이랑 ‘쇼핑왕 루이’ 말고는 없더라고요. 다른 건 거의 장르물인데, 돌이켜 보면 그렇게 다양한 장르를 했던 게 뿌듯해요. 내가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골랐을까, 집에서 혼자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본능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것, 그 순간에 매료된 것, 그때의 제 취향, 그런 것들이 하나가 됐을 때 그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항상 도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도전까지는 아니었고 본능적으로 끌리는 걸 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서인국의 모습을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제는 노래하는 모습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가수라는 꿈 하나를 보고 달려가던 서인국이 연기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제가 데뷔하고 가수 활동하면서 힘들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때 누구한테도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많이 했는데,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죠. 몸도 안 좋아지고 사람들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할 때였어요. 그때 ‘사랑비’라는 작품이 들어왔죠. 대본이 서울말이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못하는 거예요.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떨어지고 붙는 걸 떠나서 그 자체로 너무 부끄러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서울말로는 안 되니까 사투리로 바꿔야겠다 싶어서, 못한다곤 안 하고 감독님께 설정상 지방에서 올라온 캐릭터니까 사투리로 준비해봤다고 했죠. 감독님이 너무 재미있어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극 초반에 윤아를 보면서 ‘쟤가 우리 학교 퀸카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대사를 하는데 뭔가 울컥하는 거예요. 제가 그동안 눌러놨던 것들이 대사를 하면서 해소되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죠. 대사는 아무 것도 아닌데. 저한테는 그런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이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데뷔를 하고 나서 들어본 칭찬보다 더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너무 신이 났어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고,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작품에 일조가 된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즐기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랐다. 할수록 더 어려워졌다. “그때는 내 연기를 보는 분들에게 발연기로 보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조금 마음을 열어놓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표현하고자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이해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행복해요”라는 것이 서인국의 설명이다. 티 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표정과 행동, 분위기에 녹여내는 자신의 감정을 사람들이 읽어줬을 때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 그런 서인국이 연기적으로 뿌듯함을 느끼고 캐릭터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출연작으로 꼽은 작품은 지난 여름 방영한 ‘38 사기동대’였다. 실제 당시 서인국은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단 ‘너를 기억해’ 촬영을 마치고 나서 좀 쉬었어요. 노출된 기간으로는 1년을 쉬고, 개인적으로는 6개월 이상을 쉬었는데, 그때 쉬면서 좋은 것도 많이 하고, 놀기도 많이 하고, 살도 많이 쪘었어요. 그래서 ‘38 사기동대’ 할 때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동화 감독님을 만난 거요. 감독님을 만나서 너무 행운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연기, 지향했던 연기 스타일과 좋아했던 연기 스타일들을 그때까진 표현을 못하고 있었어요. 1차원적인 표현들을 ‘이게 맞다’고 스스로 정답을 매겨버렸던 것 같아요. 한동화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런 것들이 다 부서졌어요. 100%에서 20%를 빼서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처음 경찰서에 잡히는 씬을 찍을 때 감독님이 ‘네가 연기하는 게 표현이 적어서, 연기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 믿고 따라와라. 내가 책임질게’ 그러셨어요. 그때부터 모든 걸 놓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연기를 했어요. 좀 더 뭘 어떻게 하려고 하지 않고, 잔잔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많이 알게 된 작품이었어요. 터닝 포인트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예요”
그런 경험과 노력들이 쌓였기 때문일까. 서인국은 ‘캐릭터가 보이는 배우’에 속한다.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 배역을 온전히 흡수해 실제 자신인 것처럼 표현한다. 그 캐릭터 안에서 ‘서인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 말에 서인국은 “제일 뿌듯해요”라며 미소 지었다.
“제 나름의 기준에서는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고, 작품을 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저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많이 연구했다고 하기가 민망하더라고요. 다른 선배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그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진짜 그 사람으로 살아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게 저의 가장 큰 목표거든요. 저보다 캐릭터가 보이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평가가 많이 뿌듯해요”
약 2년 만에 가수로서 새 싱글도 발매하고, 배우로서는 좋은 작품을 두 작품이나 만났다. 또, 1987년생인 서인국은 해가 바뀌면 군 입대를 하게 된다. 2016년은 그에게 여러 모로 특별한 해일 수밖에 없다. 올해의 자신에게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저는 제 2016년 점수를 많이 주고 싶어요. 굉장히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높은 점수를 주자면 90점을 주고 싶어요”
(사진=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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