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김남길이 ‘판도라’ 촬영 중 자포자기 심정으로 연기하다 결국 실신까지 한 사연을 공개했다.
배우 김남길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갖고 극한의 감정연기 고충을 전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판도라’는 이야기 초반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고, 직원들이 피폭되면서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원자력발전소 직원 재혁을 연기한 김남길은 방사능 피폭 피해를 눈으로 직접 보여줘야만 했다.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고.
김남길은 “직접적으로 방사능 피폭 사례를 본 적 없잖나. 감독님이 그냥 사진을 보여줬다. 영화에선 되게 절제시킨 거다. 혐오스럽거나 거부감이 있을 까봐 기본적인 것만 보여줬다. 각혈과 구토는 실제 피폭에 동반되는 현상이다. 어쨌거나 영화이기에 눈으로 보여줘야 해서 최소한으로만 보여줬다”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피해 사례를 봤다. 방사능 때문에 몸이 산화돼서 없어진다는 느낌처럼 잔인하더라”고 몸서리쳤다.
이어 김남길은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연기가 맞는지 고민할 때 박정우 감독이 현실적으로 연기하라고 하더라. 피폭된 연기를 하는 데 과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박정우 감독에게 ‘이럴 거면 차라리 원전 다큐를 찍으라’고 했었다. 하하. 원래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서 ‘이거 언제 끝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조금 줄였다. 직접적으로 경험이 없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차이를 두고 고민했다. 방사능이 무섭고 안 무섭고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X-RAY나 MRI를 찍어서 약한 방사능이 축적되는 느낌과 곧바로 피폭되는 건 다르다”고 강조한 김남길은 “피부 재생이 안 되게 속에서부터 썩어서 올라온다더라. 그래서 피부로 홍반 효과를 보여줬다. 재혁도 냉각수를 뒤집어쓰기 시작하면서 과하게 방사능에 노출된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위해서였다. 폭발 근처에 있었으니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극 초반 주인공이 곧바로 피폭되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피폭 연기뿐만 아니라 김남길은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감정연기까지 해내야만 했다. 김남길은 “감정연기 부분은 그냥 대사를 달달 외웠다. 대사를 공부해서 어색하거나 말거나 우선 입에 붙도록 했다. 마지막신이 힘들었던 게, 3번을 촬영했다. 난 한 번도 현장에서 그래본 적 없고, 순발력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술도 먹어보고 고민을 깊게 하면서 연기를 시도했다”고 고백했다.
“카메라 7대가 돌아가는데 처음에 감정적으로 제일 극한을 치고 나서 세트 안에 들어오니까 지금 울면 안 된다고 하더라. 박정우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흐름이 깨지고 두 세차례 연기를 하다 보니 자포자기 하게 되더라. 이걸 잘 찍으면 우리 영화가 호응을 얻을 것이고, 망하면 그냥 죽는 거라고 했다. 사투리도 자연스러워하고 정서적 감정 전달도 중요해서 삐거덕거리고 싶지 않았다. 한두 번 찍고 나서 못 하겠다고 했다. 사실 결과로만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이땐 이렇게 힘들게 찍은 거라고 자막을 넣을 순 없잖나.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이틀을 밥을 안 먹고 굶고 찍었다. 부기가 올라온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많은 것들을 욕심을 내다보니 체력적으로 지치더라.”
이어 김남길은 “매니저와 박정우 감독이 정 아쉬우면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 서울 토박이가 경상도 사투리로 이정도 하는 건 내겐 최선이고, 그 이상은 나도 억울하고 미안하지만 잘하고 싶은데 안 된다고 했다. 울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내겐 이게 최선이라고 했다. 여기서 끝낼 수 있는 건가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는데 박정우 감독이 10분 있다가 다시 와서 한 번 더 찍자고 하더라. 산소통을 던져버려야 하나 싶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장면들을 찍고 마지막에 한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 동시녹음 팀이 와서 마이크세팅을 하는데, 누가 내 몸에 손이 닿는 순간 폐소 공포증이 느껴졌다. ‘그만해!’라고 외치고 싶더라. 마지막에 연기 후 실신해서 쓰러졌다. 그런데 감독과 스태프들은 마지막 분량이 좋다고 하더라. 그렇게 쓰러지면서까지 연기한 부분도 있고, 개인적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분량을 다 쓰자고 했더니 박정우 감독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더라.(웃음) 연기적인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김남길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시나리오가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내겐 최근에 작은 영화밖에 섭외가 안 들어온 것도 있는데, 최근 멀티캐스팅이 많아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순간 배우도 작품도 획일화 된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입장에선 영화 시장을 오래 봤을 땐 소재가 다양해지고 좋은 영화에 배우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 그쪽으로 기준을 몰고 가는 느낌도 든다. 돈을 투자한 사람은 나와 논리가 다르겠지만, 1,000만을 위해 영화를 찍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김남길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흥행이 안 되더라도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또 극장에서도 다양한 영화에게 상영관을 열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작은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청년 단편영화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등도 있긴 한데 오래되면서 색깔이 달라진 것도 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작 지원을 해주자는 뜻에서 제작지원을 준비 중이다. 큰 영화가 아니더라도 멀리 봤을 땐 작은 영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내년 정도만 되면 큰 영화만 제작되지 않을까 라고 관계자들도 그런 말을 하고 있다”고 영화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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