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인 기자] "카메라 앞은 컷이 있고 NG가 있고 편집이 있지만 무대에서는 오로지 배우가 편집해야 해요. 어떤 대사는 풀샷처럼, 어떤 대사는 바스트샷처럼 느끼게 해야하죠."
87년생 친구 박정민, 문근영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줄리엣으로 만났다. 청룡영화제에서 유일하게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거머쥔 박정민도, 최연소 대상의 영광을 얻었던 연기 16년차 문근영도 무대는 늘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무섭고 두렵기 때문에 또 도전했고 자신의 한계를 깨고자 했다.
박정민, 문근영은 1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내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택한 계기와 연극에 대한 두려움, 준비 과정들을 털어놨다.
박정민은 로미오에 대해 “감히 꿈도 안꿨던 캐릭터”라 표현했고 문근영 역시 “올리비아 핫세에 비하면 택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민과 문근영은 오랜 기간, 전 세계 수많은 형태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실 세계로 끌어와 자신만의 로미오, 줄리엣을 표현하려했다.
“‘기존에 했던 것, 익히 봐 왔던 캐릭터와 똑같은 걸 한 번 더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 식대로 표현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박정민)
“‘줄리엣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자’는 마음이었어요. ‘기존 캐릭터에 갇히지도 말고, 이미지를 일부러 틀려고 하지도 말자’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은 흔히 아는 줄리엣일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문근영이 보일 수도 있는거고, 또 어떤 부분은 문근영도 줄리엣도 아닌 부분도 있을거예요. 틀을 가두고 연기하고 분석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문근영)
박정민, 문근영은 자신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양정웅 연출을 만나기 전부터 두 사람은 스터디 식의 공부를 시작했다고. 영어대본과 번역본을 깔아놓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가는 작업을 거쳤다. 원작을 살리는 연출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어려운 대사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연기한 지 얼마 안됐지만 상대 배우랑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한 게 처음이에요. 어려움이 많고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문)근영이와 계속 얘기했어요. 원작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실 디테일한 개연성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큰 사건이 계속 일어나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인물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했어요.”(박정민)
캐스팅이 확정된 후부터 스터디를 통한 작품 분석을 시작했던 두 사람은 극을 올린 현재까지도 매일 수정해나가고 있다. 양정웅 연출의 전체적인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문어체적인 대사를 최대한 말처럼 전달하도록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고민했지만 무대 위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배우로서 감내해야하는 또 다른 부분이었다. 한 인터뷰를 통해 “연극을 하면 배우의 장단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고 말한 바 있는 박정민은 “‘다시 갈게요’라고 말 할 수 없는 공간, NG없이 가야하는 그 공간이 너무 무섭더라”며 무대 위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연극에서 보고 싶었던 선배님에게 다시 연극 안하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 그 선배님께서 ‘나는 이제 무대가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이해가 안됐어요. 그렇게 많은 연극을 하셨고 잘하시는 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씩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는 다시 찍을 수 있는데 연극은 그럴 수 없잖아요. ‘다시 갈게요’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무대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그걸 이번에 알았어요. 저는 추방 당할 때 감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데 관객은 그렇지 않아요. 지루함을 느낄 수 있죠.”(박정민)
문근영도 마찬가지. “다 까발려졌다. 무대에 익숙하지 않으니 온전히 다 드러난 것 같다”고 말한 문근영은 “두렵고 무섭고 겁나고 창피하고 위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에 대해 기쁘다”고 전했다.
“매일 하나 씩 차근 차근 배워가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어요. 울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더 맞춰보고 대본 한 번 더 보고, 무대 한 번 더 올라가보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에요. 연극이라는 게 똑같은 내용, 똑같은 연기지만 그날 호흡하는 배우들의 합이 어떤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요. 그 순간들을 관객들, 배우들과 보내고 있는 게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두려움도 크지만요.”(문근영)
첫 공연을 통해 크게 깨달은 ‘로미오와 줄리엣’ 배우들은 15일 공연을 시작으로 20분을 줄였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빠르게 진행된 호흡으로 관객들은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회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1월 15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진행되며 군포 대전 대구 부산 안동에서 2월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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