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인 기자] “연극이 끝나면 많이 울 것 같아요. 올해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제정신을 차려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또 다른 일을 위해 원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우 박정민에게 2016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특별했다. 영화 ‘동주’ 개봉, 에세이 ‘쓸 만한 인간’ 출간, tvN 드라마 ‘안투라지’ 방영,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까지 다방면의 박정민을 보여준 한 해였다.
올 한해 바쁘고 정신없이 살던 박정민은 자신에게 연극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었다. 3년 만에 무대에 선 박정민은 연기 전공 학생이 아닌 배우였고, 조연이 아닌 주연이었다. 어느새 극의 축이 된 박정민은 연극을 시작하며 무대에서 놀았던 때와는 또 다른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늘 연극을 하고 싶어 해요. 마음 같으면 매년 짧게든 길게든 하고 싶은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게 됐어요. 3년 가까이 쉬다가 무대에 오르게 된 건데 치기어린 마음으로 재밌게 놀았던 과거와 지금은 다른 것 같아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어요. 연극의 3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이잖아요. 연극은 관객과 배우가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모자라서 관객분들이 지루하게 느끼거나 할 때는 많이 무섭고 힘들더라고요. 관객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 무대라는 공간에 서는 것 자체가 무거워졌어요. 버리려고 노력해야죠.”
“무섭고 힘들었다”는 말과는 달리 박정민의 로미오는 현실 세계에 발을 디뎠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생각나지 않을 자신만의 로미오를 만들어냈다. 고고하고 우아한 로미오보다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 10대 남성을 표현하고자 했고 이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었다.
박정민의 연기는 상대배우인 줄리엣 역 문근영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문근영은 박정민에 대해 “연기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배우”라 운을 떼며 “깊고 집요하게 고민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오는 결과물이 정확하고 깔끔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자괴감에 빠졌던 적도 많았다. 그런 맥락에서 좋은 동료, 파트너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민 역시 연기 선배인 문근영을 두고 “그릇이 큰 배우”라 언급했다. 생각보다 유리멘탈에 포기가 쉬운 자신에 반해 강한 멘탈과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 박정민은 “제가 힘들어하면 (문)근영이가 ‘괜찮다’고 해준다. 심리적으로 의지가 많이 돼서 제 얘기를 다 털어놓게 된다”며 소개했다.
때문에 두 배우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로에게 자극받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습해가며 점차 자신들이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박정민의 로미오, 문근영의 줄리엣은 일반적으로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에 ‘희’를 선사했다.
한예종 영화과에서 연기과로, 무대에서 스크린, 브라운관으로, 연기를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닌 박정민은 서른이 되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극단 ‘경’ 소속이기도 한 그는 내년쯤 자신의 공연을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박정민은 “연출할 깜냥은 안 되는 것 같고 재미있는 얘기를 글로 쓰고 싶은 욕심은 있다”며 “제 이야기를 잘 만들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계속 얘기하면서 창작하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는 각오을 전했다.
“20대에는 정말 연기가 하고 싶어서 뛰어다녔던 것 같아요. 연기 전공자도 아니었고 왜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는데 중간 중간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마다 잘 버텨온 것 같아서 기특해요. 진득하게 하는 게 쉽지 않는데 지금까지 재밌게 하고 있는걸 보면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 때 마음을 잡게 해준 건 선배들의 발자취였다. 박정민은 “연기 생활하면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벽에 부딪히고 달콤한 유혹들이 올 때, 그 분들은 내 나이대에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찾아본다”며 “롤모델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부족해서 그분들의 발자취를 잘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 앞에 수식어가 붙지 않길 바라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수식어는 아예 안 붙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오래 연기할 수 있는 길 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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